중국 지도부가 공직 부정 부패 척결과 예산 절감의 고삐를 조이는 가운데 사정 당국이 올해 추석(중추절)에도 공금으로 월병(月餠)을 구매해 선물하는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중국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감찰부는 10일 공식 홈페이지에 ‘공금을 이용한 월병 선물’ 제보 코너를 개설했다고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가 11일 보도했다. 월병은 밀가루로 만든 빵에 팥을 비롯한 각종 소를 넣어 둥근 달 모양으로 구워낸 음식으로, 한국의 송편처럼 추석을 상징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다.
중국인들 사이에 추석 선물로 월병을 주고받는 풍습이 일반화하면서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전인 2012년 추석까지만 해도 금과 은을 넣어 만든 1만 위안(167만 원) 이상의 호화 월병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2012년 말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이런 초고가의 월병이 뇌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시 주석이 주도하는 ‘정풍 운동’에 따라 지난해 추석부터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이 공금으로 월병을 사들여 선물하지 못하게 됐다.
시행 첫 해인 지난해 추석에는 호화 월병 판매업체들이 공공기관에 금월병, 은월병을 몰해 판매하고 ‘사무용품’이나 ‘회의비’ 명목의 영수증을 발급하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자 올해는 사정 당국이 국민 제보 창구를 열어 공직사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기율위는 제보 사건을 조사해 엄하게 처벌할 뿐만 아니라 처리 결과를 일반에 공개해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기로 했다. 또 공직자들이 월병 이외에도 공금으로 다양한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누리꾼들이 적극적으로 감시ㆍ고발해 ‘대중 감독체계’를 구축하는 데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에서는 반부패 활동이 강화되면서 전통적인 인기 뇌물인 값비싼 술과 담배, 상품권의 거래가 급격히 위축된 반면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전자선물카드가 새로운 뇌물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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