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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의 황제였단다.”

[2014-08-09, 05:00:00]
청일전쟁부터 중국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 물 흐르듯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가 살았던 물줄기는 참 세차고도 파란만장했다.황제에서 포로가, 포로에서 정원사가 되기까지, 그야말로 역사에 의해 살아지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격동의 시대, 그 큰 파도 앞에 무참히 잠겨버린푸이의삶이 영화 ‘마지막 황제’속에 담겨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인인 베르나르도베톨루치가 감독했고 영화 전체의 대사가 영어다. 그래서인지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국 역사의 이면을 보여줬다는 평이 많다. 제 60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9개 부문을휩쓸 정도로 저력 있는 영화다.
 
영화는 1950년대를 현재 시점으로 두고 청나라 말기인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차근차근 거슬러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청일전쟁과 신해혁명,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등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당대 중국의 근현대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1908년 북경, 서태후는청일 전쟁에서 패배한 후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권력을 장악한다.서태후는망해가는 청나라를 약 47년 동안이나 철권통치한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지도자다. 그녀는 원래 후궁이었지만아들인 동치제의 섭정으로 권력을 잡는다. 이후 아들과 그 뒤를 이은 조카 광서제 시기까지 수렴청정하고중국을 자신의 손에 거머쥐기 위해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조카 푸이를 황위에 오를 인물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죽음은 영원할 것 같았던 권력에마침표를 찍어버린다. 그리고 푸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황제 즉위식을 한다. 화려하고 웅장한자금성, 어마어마한 숫자의 관리들과 조그만 푸이의 모습이 대비되며 앞으로 푸이의 삶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 짐작하게 한다.
 
푸이가 궁 안에서 훌쩍 자랐을 무렵인 1912년, 신해혁명이 일어난다. 신해혁명은 힘을 잃고 서양 세력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청나라를 새 나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의사였던 쑨원은 무너져가는 청나라를 보며 여러 혁명 조직을 하나로 묶는 데 헌신했고, 삼민주의를 내걸며 여러 차례 봉기를 시도한다.
 
1911년 10월 10일, 청나라가 철도를 외국의 손에 넘기려 했던 사건을 발단으로 봉기가 일어난다. 이 때 중국 대부분이 청 왕조로부터 독립했다. 1912년,쑨원을 임시 대총통으로 하는 중화민국이 탄생함과 동시에 푸이는 성 안에서만 황제로 살 수 있는 존재로 전락한다.
 
황제라는 존호와 궁, 사유재산은 여전히 푸이의 소유지만 성을 한발자국이라도 나서는 순간 그는 아무도 아닌 존재였다. 제국의 시대가 몰락하고 공화국의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자금성의 황제는 가장 뒤늦게 깨닫는다.
 
1924년, 풍옥상의 군사혁명으로 푸이와 가족들은 자금성에서마저 쫓겨난다. 그리고 일본은 만주를 침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중국인들은 격렬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전국 주요 대학에서 ‘항일 구국회’가 결성되고 남경의 중앙대학 학생 4000여명은 일본과 싸울 것을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만주사변으로 만주를 장악하려는 일본군의 음모는 치밀했다. 일단 만주친일괴뢰정권을 수립한 후 만주국을 독립시키고 일본이 영구 소유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일본 영토로 편입하려 했다. 일본이 첫 번째 단계를 진행하게 위해 이용한 인물이 바로 푸이였다.푸이는 일본 세력의 술책과 감언에 넘어가 1931년 말, 만주국의 황제로 즉위한다.
 
만주국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었던 중국정부는 일본에 대해 계속해서 대항했지만, 이러한 상태는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이어졌다.
 
1945년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배하고, 만주국도 함께 붕괴된다. 일본인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푸이는 아내마저 잃고 전쟁범죄 심판에서 나라를 배신한 가장 큰 죄목으로 추궁당한다. 자신의 죄목을 인정하는 서명을 하며 푸이는 말한다. “어짜피 당신들(공산당)도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구해줬소.”
 
그렇게 전범수용소에 송치된푸이는10년 후 공산당이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특사로 풀려난다. 그리고 그는 수용소에서 나와홍위병들을 목격한다. 마오쩌둥을 지지하고자 투쟁했던 홍위병들. 2천년 동안의 유구했던 황조, 그 역사는 온데간데 없었다.
 
길고 길었던 굴곡을 지나 평범한 시민이 된 푸이는 정원사로서 새 삶을 살아간다.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에서 일개 정원사가 됐지만, 그제서야 그는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황제’가 된다.
 
그리고 다시 찾은 궁. 유년시절이 담긴 이 곳이 이제는 돈을 내고 입장해야만 볼 수 있는 관광지가 됐다. 화려했던 시절의 흔적을 더듬으며, 황제의 의자에 앉아보던 푸이는궁 경비원의 어린 아들을 만난다.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돼요. 누구세요?”
“나는 중국의 황제였단다. 옛날에 여기서 살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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