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6년부터는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거나 주소지 신고가 돼 있지 않은 대한민국 국적의 재외 국민도 개헌 등 국가의 중요사안을 결정하는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사단법인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등이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주소지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한 현행 국민투표법의 14조 1항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현행 국민투표법의 해당 조항은 국민투표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이 없거나 재외국민으로서 국내에 주소지 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인 명부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 헌법 72조에 따르면 국민은 대통령이 부의한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국가안위에 대한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당초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은 국민투표권이 제한됐지만 헌재가 2007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등록이 없어도 주소지를 신고한 재외국민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주소지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여전히 국민투표권 행사가 제한돼 왔다.
헌재는 “국민투표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한 직접 참정권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다만 “투표인 명부 작성에 드는 시간과 법적 공백 등을 고려해 오는 2015년 12월31일까지는 잠정적으로 현행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진성ㆍ김창종ㆍ조용호 재판관은 “국민투표는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에 가장 핵심적인 영역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절차이므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로 생활을 영위하는지 그 밀접성의 정도에 따라 국민투표권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그러나 주민등록이나 주소지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 국민에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권과 재보궐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는 합리성과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 등을 이유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편 현재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지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도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