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로 보는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그 앞에 개인은 무기력 할 뿐이다. 하루아침에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게 만드는 시대, 그 가운데 샬로와 데이, 주샨이 있다.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는 이 세 사람의 인생을 통해 중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199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는 중국 전통 경극 배우들의 인생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20세기 중국의 역사를 압축해놓은 듯한 영화다. 1925년 군벌시대 경극배우의 삶을 배경으로 시작해 군벌시대, 문화대혁명을 거쳐 1977년까지 중국 역사를 두루 살펴보게 한다.
‘패왕별희’는1925년 군벌시대의 베이징을 배경으로 시작한다.이 시대에 군벌들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각각의 근거지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군사력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농민과 상인으로부터 탈취했고 폭력적인 방법을 통한 약탈을 일삼았다.
그 시절, 6개의 손가락을 가졌던 소년 데이는매춘부였던 어머니에 의해 손가락 하나가 잘린다. 경극 수련원 입문을 위해. 혹독한 겨울의 추위 속 잘려나간손가락 하나가 비참한 격동의 시기를 보여준다. 결국 북경의 경극학교에 맡겨진 데이는그 곳에서 만난 샬로와 한 형제처럼 지내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엄한 수련과짓궂은 소년들의 놀림속에서 데이는 여자배역을 일컫는 ‘단’으로 성장한다.“나는 비구니, 본시 계집아이로 태어나” 여성 경극 노래를 배우며, 데이는끊임없이 사내아이임을 부정당한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데이와샬로는경극 ‘패왕별희를 연극하는 최고의 경극배우가 된다. 샬로는초왕(楚王) 항우(項羽)의 역을, 그의 여인 우희(虞姫) 역은 데이가맡게 된다. 그러던 중 샬로는 홍등가의 유명한 매춘부 주샨과약혼하고, 데이는주샨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편 일본이 중국에 침략해 중•일전쟁이발발한다. 1937년 7월이었다. 1931년 만주를 장악하려는 치밀한 음모를 꾸민 일본은이후 루거우차오사건을 직접계기로 수백만의 대군과 온갖 근대병기를 동원, 광둥에서산시에 이르는 남북 10개 성과 주요 도시 대부분을 점령한다. 이 시기 샬로는일본군과의 시비로 감옥에 가게 된다. 쥬산은데이에게샬로를 도와달라부탁하고,데이는 일본군 앞에서 노래를 불러 샬로를 구한다.
1936년 12월, 장제스(蔣介石)가국공합작을 통해 일본 침략군에 맞서기 시작한다.그렇게 전쟁이 장기화되던 중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포츠담선언 수락하고 중화민국에 항복한다. 이후 장제스 정부가 북경을 수복하며 국민당의 성립시기가 찾아온다.
일본군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간첩 된 데이. 살아남기 위해 장제스정권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데이는아편에 손을 데는데, 괴로워하는 데이를주샨이 옆에서보살펴 준다.아편의 환각 속에서 데이는 어머니에게 못했던 말을 주샨에게건낸다. “엄마! 세상은 시끄럽지만, 전 편안해요! 공연도 하고, 돈도 벌고. 이 복을 엄마와 함께 나누고 싶어요!”
장제스 정권이 들어선 후 얼마 가지 않아 또 다시 변화의 물결이 인다. 1949년 국공내전이 공산당의 승리로 끝나며 국민당은 대만으로 물러가고 본토는 공산화 된다.그리고 1966년부터 10년간 마오쩌둥(毛澤東)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난다. 문화대혁명은 샬로와데이를인민 재판의 수모 속으로 밀어 넌다. 새로운 광기의 역사가 그들을 다시 한번 난도질한다.
서로의 반공산주의적 행동을 비판해야 하는 공개심판대.모멸과 폭력 속 이성을 잃은 샬로는데이의 동성애를 폭로하고, 데이도샬로의 아내 주샨이 매춘부였다는과거를폭로한다.샬로는 두려움에 단 한번도 주샨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증언한다.충격을 받은 주샨은 그길로 자살한다.
10년 후. 문화대혁명의 풍랑이 잦아들고, 데이와샬로는다시 ‘패왕별희’를 공연한다.그리고 그 공연에서 데이는 실제 ‘패왕별의’의 우희처럼 목숨을 끊는다. 그의 죽음 앞에 역사는 아무 말도 없다.
실제 영화에는 문화대혁명 때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를 모욕했던 첸카이거 감독의 쓰라린 경험이 반영됐다. 또 패왕별희는 장국영, 장풍의, 공리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최고의 걸작 대열에 서있다. 하지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한 이 영화가 정작 중국에서 상영이 금지된 적도 있었다.영화를 통해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와 시대의 아픔을경험해보자.
▷김현오 인턴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