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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나의 유일한 외교라인

[2014-07-23, 10:07:21] 상하이저널
 
칭다오, 톈진을 거쳐 상하이에서 산 지 벌써 12년이 다 되어 간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트리플 A형인 나는 사람들을 사귈 때 항상 일정 거리를 두는 습관이 있다. 나는 이걸 ‘사랑의 안전거리’라며 혼자 합리화하고 있지만, 사실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괜히 친하게 지냈다가 서로 상처받을까 겁이 나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성격 탓에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로 내 속내까지 터놓고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는 사람은 드물다.

칭다오, 톈진에서 적응을 마치기도 전에 상하이로 오게 되어,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집에서 아이들만 돌보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은 나에게 중국어 학원에 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상하이 생활을 즐겨보라 권유했다. 그렇게 해서 다니게 된 중국어 학원에서 ‘나의 유일한 외교라인’ 언니 두 분을 만났다.

그 언니들이 사는 곳이 ‘명도성’과 ‘화광청’이었기에 나는 언니들을 명도성 언니, 화광청 언니로 부르게 되었다. 졸지에 나 때문에 언니들은 명도성댁, 화광청댁이 된 것이다. 아이들도 언니들을 자연스레 명도성 이모, 화광청 이모로 불렀다.

내 인생에서 언니들을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고, 현명하고, 지혜로웠다. 이런 언니들 덕분에 나의 상하이 생활은 즐거웠고, 편안했고, 행복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언니들은 나에게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었다.

언니들과 만나는 날이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만나서 수다 떨며 배꼽이 빠지게 웃고, 인생 선배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로 감동받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매번 날 설레게 한다. 또 매번 아이들 입던 옷이며 책들을 한보따리씩 싸가지고 오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 애들은 내가 언니들을 만나고 오면 오늘은 어떤 보따리를 들고 왔는지 기대에 부풀어 있곤 한다.

언니들은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나를 배려해 주고, 내 고민을 자신들의 일처럼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언니들이 살면서 겪은 일들이 몇 년이 지난 후 내 일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남편의 연령대에 따른 행동의 변화들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언니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일치했다. 그때마다 언니들의 조언을 떠올리며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언니들은 10년 세월동안 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냈고, 화광청 언니의 큰 딸은 이번에 그 어렵다는 취업도 거뜬히 했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 문제로 조바심을 내고 욕심을 부리면 언니들은 내게 다시 한 번 내 행동을 돌아 볼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이라는 낯선 타국에서 언니들 덕분에 지금껏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유일한 외교라인이자, 인생의 멘토인 언니들에게 그 동안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오늘은 꼭 해야겠다.
“언니들~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산호수(hsz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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