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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도시에서 느끼는 가족爱의 공간

[2014-07-19, 05:00:00]
상하이 가옥 문화 농탕(弄堂)
 
‘상하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화려한 야경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고층 빌딩들일 것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삶의 속도가 광속으로 치닫는 이 시대에는 고층 빌딩들이 가득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현대화된 상하이에도 옛 상하이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바로 옛 상하이인들 만의 문화, 농탕(弄堂)이다.
 
 
농탕은 간단히 말하자면, 상하이의 오래된 골목길을 말한다. 농탕은 상하이 개항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영국은 청과 아편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청의 패배로 인하여 서양 열강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자 불평등 조약인 난징 조약(1842)이 체결된다. 이때, 영국은 영사 재판권 및 최혜국 대우 내용과 함께 상하이를 비롯하여 5개의 항구를 강제로 개방하였다. 이로 인하여 외국인들이 상하이로 대거 이동하게 되면서 외국 조계지에 그들을 위한 집이 만들어진다.
 
초기의 조계지에는 중국인이 거의 거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851년에 태평천국 운동이 일어나면서 안전에 위협을 느낀 중국인들이 조계지로 대거 이동하였다. 이로 인해 조계지에 주택 부족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집값은 당연히 치솟았고, 서양 열강은 상하이 건축물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여기서 건축가들은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서 유럽식 연립주택형 목재 건축물을 짓는다. 이것이 바로 초기의 농탕이다.
 
초기의 농탕은 효율적이었으나 화재가 일어날 경우에는 매우 위험한 구조였다. 목재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목재 건물들이 다시 벽돌과 목재를 혼합한 건물들로 대체된다. 그 당시 이러한 건물들이 널리 퍼지게 된다. 농탕의 발전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에 서양에서부터 강철 콘크리트 자재가 중국에 들어와 농탕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때부터 농탕 건축물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상하이 시민의 주요 거주 공간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농탕에 살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시민이었다. 통계 조사에 의하면, 1950년대 상하이 실용 건축면적 간운데 무려 72.5%가 농탕 주택이었다고 한다. 상하이 사람들 중 65% 이상이 농탕에서 생활했다는 뜻이다.
 
 
농탕은 그 지역의 문화가 가미되어 자신만의 색깔을 띤다. 상하이의 농탕은 베이징의 ‘후통’ 과는 달리 개방된 형식을 주로 이룬다. ‘모든 것을 개방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상하이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상하이의 농탕은 주로 다섯 가지 형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광식 농탕, 신식 농탕, 화원식 농탕, 공위식농탕, 그리고 스쿠먼식농탕이다. 농탕의 다양한 양식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주거 양식은 바로 “스쿠먼(石庫門)” 이다. 전기의 스쿠먼은 벽돌로 문의 틀을 만들고 문 양쪽에 기둥을 만들면서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화강암 또는 중국의 전통 벽돌로 만들어진 문에는 쇠로 만들어진 고리가 달려있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화려한 부분이다. 후기의 스쿠먼은 서양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 삼각형, 반원, 활(아치) 혹은 직사각형의 모양을 가진 디자인들이 발달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농탕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여름이 찾아올 때마다 집이 너무 더운 사람들은 돗자리를 들고 농탕으로 이동한다. 이때 농탕에는 온갖 사람들이 다 찾아오게 된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대나무 의자에 누워서 부채질을 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체스 혹은 장기를 두고 서로에게 일어난 재미난 일들에 대해 수다를 떤다. 여자들은 대부분 돗자리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아이를 재우고 있다. 아이들은 말썽을 피우며 골목길을 뛰어다닌다. 물론 지금의 상하이 시민들은 여름에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지만, 답답함이나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하여 농탕에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농탕은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굉장히 많이 쓰인다. 남자 아이들은 농탕에서 구슬 따기, 줄다리기, 굴렁쇠놀이 등을 하고 논다. 반면에, 여자 아이들은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세련된 놀이인 고무줄놀이나 제기차기 등을 하고 논다. 하지만 농탕에서 노는 아이들의 수는 시나브로 감소하고 있다.
 
농탕은 또 먹을 것을 많이 판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농탕에 나와 있는 상인들은 줄지 않는다. 농탕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끈다.
 
 
우리가 느끼기에 농탕은 굉장히 불편한 집일 수 있다. 공동 부엌, 공동 화장실, 그리고 복도와 함께 있는 비좁은 취사 공간까지, 과연 우리가 이런 곳에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농탕에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이 묻어나온다는 것이다. 각박한 도시의 삶에서, 농탕은 차분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생활은 절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에 거리가 거의 없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것이다. 현대의 바쁘고 힘든 삶에 지쳐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농탕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고등부 학생기자 전민수(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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