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격차 가설"
신문방송학에는 ‘지식격차이론’이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의 자녀들이 더 많은 미디어와 정보를 접하게 되고, 결국 이들 사이에 지식의 격차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부모 세대와 똑같이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가 대물림 된다는 이론이다. 완전자본주의에 가까울 수록, 경쟁이 더 치열할수록 소위,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렵게 됐다.
북경 명문 고등학교 옆의 부동산은 시세가 50%이상 더 비싸다. 방찬증(집 소유증)이 없으면 자녀를 원하는 학교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상해는 올해 초에 이러한 제도를 없애고, 렌트로 인근 집에 살기만 하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중국 교육 시스템의 원천적인 장벽은 자녀들의 미래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고 있다. 졸업후 자녀들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짐은 불가피하다.
“돈이 넘치는 중국, 인재가 몰리다”
중국의 인재들은 주로 해외에서 교육을 받아왔다. 돈이 있고 미래를 보는 식견이 있는 부모들은 일찌감치 자녀들을 해외로 보냈다. 그렇게 한 세대가 지나고, 그들이 중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실력을 닦아 온 인재들은 현지에서도 포지셔닝을 할 수 있었고, 좋은 오퍼도 많이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인들 같은 애국심 때문이었을까? 그보다는 아마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버드대가 중국의 명문대와 제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고, 유수한 미국의 대학들이 조인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현지의 교수진 100% 그대로 강의가 개설된다. 중국의 인재들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외국의 인재들이 중국 엘리트들과 교류하기 위해 중국의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돈이 넘쳐나고 시장이 용트림하는 이곳에, 세계의 인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 시장은 이제 인재의 텃밭이 되었다.
“중국으로 유학 보내라”
한국에서 인재는 서울로 모이듯이, 이제는 더 큰 나라, 더 큰 시장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보내야 한다. 아버지가 주재원이라서, 부모님이 중국 사업을 하셔서 중국에 나와서 살고 있는 자녀들은 복 받은 거다. 한국의 입시 학원에서 자정까지 졸린 눈을 비비지 않아도 되고, 세계의 중심 시장을 몸소 구경하면서, 좀 더 자유로운 국제학교 교육 혹은 중국의 명문학교의 국제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의 표정이 늘 웃음을 머금고 있고, 아이들의 키도 많이 컸다.
입시 결과도 나쁘지 않아서, 특례 입시 외에 수시 채용에서도, 해외 경험과 다양한 봉사 활동이 인정 받아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한국의 명문대에만 목매지 않아도,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면서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를 미국에서도 홍콩에서도 영국 대학에서도 원한다.
한국의 명문대를 들어온 학생들을 보면, 참 잘 훈련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의 사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한국의 강남에서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시험 성적 면에서는 최고라고 한다. 네이티브보다 영어 시험을 더 잘 치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점수 만은 아닐 거다. 이론으로 본 세계 경제가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국적의 경제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상해라는 국제도시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어떠한 경제 활동을 하고, 어떠한 경쟁을 하면서 중국과의 국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운다. 동네에서 오며 가며 알게 되고, 학교에서 친해진 중국인 친구들이, 이들의 장래 삶에서 어떠한 자산이 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세상흐름 보는 눈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대중의 휩쓸림이 아닌, 나 자신과 맞는 인생 설계가 필요하다. 부모의 욕심보다 자기 자식인 어떤 떡잎인지 파악을 하고, 본인의 욕심이 아닌 자식의 인생을 위한 냉정한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