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투자금지 명령, 합당한 절차 보장하지 않아"
미국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부당한 중국 기업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연방 항소법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명령을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중국인 소유의 랄스사(社)가 헌법에 보장된 합당한 절차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랄스의 투자 건을 심의한 미국 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모든 비(非)기밀 서류를 라스 측에 제공해 투자 금지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또한 그러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이 CFIUS의 오래된 의사결정 관행에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에 의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투자를 거부당한 외국 회사들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CFIUS는 2012년 외국기업들이 제안한 총 114건의 거래 가운데 오리건주에서 풍력 사업을 하겠다는 랄스사의 투자 건만 유일하게 거부했다.
랄스는 중국 최대 중공업회사로 풍력 터빈을 만드는 싼이(三一)중공업 임원 2명이 소유한 회사로, 2012년 초 오리건주 해군시설 인근에 부지 4곳을 매입해 풍력 사업을 추진했다.
CFIUS의 결정 이후 오바마 대통령도 랄스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위험에 관한 증거가 있다며 해당 사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로 특정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0년 중국 업체의 미국 자동차 관련업체 인수 금지 조치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에 랄츠 측은 헌법상 권리를 무시당했다며 즉각 소송을 제기했으나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워낙 광범위해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실제로 1심에서는 패소했다.
국제 로펌인 메이어 브라운의 티머시 킬러 파트너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단한 의미가 있다"며 "CFIUS를 상대로 제기된 사실상 첫 번째의 소송이자 미국 정부가 패소한 첫 번째 소송"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 분야 전문가인 도널드 비아이러 변호사도 "지금까지는 CFIUS가 대통령에게 특정 거래 건에 관해 금지명령을 제청한 이유를 공개할 필요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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