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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비스타와 한국의 중국외교

[2014-07-15, 09:38:54] 상하이저널
‘윈도 비스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개발한 새 PC 운영체제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그 이전 제품보다 되레 속도가 느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다 출시 2년여만에 단종됐다. 똑똑한 인재들이 운집한 세계적 회사가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그 회사에 근무했던 한 미국인 프로그래머는 조직 내부의 얘기를 살짝 밝혔다.

“회사 내부 일부 인사들은 개발과정 단계에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개발 비용과 연구 인력이 투입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에는 너무 멀리 나가버렸다. 쉬쉬하면서 제품을 완성하였고 팔면서 사달이 벌어졌다.”

작금 한국의 중국외교는 윈도 비스타와 비슷하다. 중국을 이용해 북한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의 외교전략은 이제는 언론에서도 북핵 문제를 다루는 주요 해법으로 인식이 될 정도로 한국에서 주요 담론으로 너무 멀리 나가버렸다. 도중에 ‘불량 신호’가 몇 차례 켜졌으나 무시됐다. 그러다 시진핑의 방한으로 사달이 터져나온 셈이다.

시진핑은 한국 안방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흥분케 했던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것이다’는 담론도 이참에 쏙 들어갔다. 북한 문제에서 중국을 활용하려고 한 한국이 오히려 일본 문제에서 중국에 활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 균형외교로 나가자, 중국은 남북한 사이에 균형외교를 펴며 자기의 입지를 넓혔다.

한국 외교가 왜 이런 과정을 겪게 됐는지는 내막이 좀 있다. 윈도 비스타의 경우처럼 시간이 조금 지난 훗날 내부 깊숙이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반성과 함께 ‘양심선언’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에는 한국 일부 엘리트의 중국에 대한 낭만주의, 정보에 대한 자기 확신, 비뚤어진 메시아적 열정, 정책을 둘러싼 경쟁, 외교의 국내정치 이용 등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학자 신분으로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칙사’들이 돌아와 들려주는 말의 행간을 고민하지 않고, ‘정책성 발언’과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상당하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한국이 중국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반대로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나라는 한국이다’고 말하곤 한다. 이것은 착시현상일 것이다.

“중국에 부임한지 9개월인데 아직 업무 파악이 안된다.” 근년에 들은 한 한국 외교관의 소회다. 통상 외교관의 임기가 3년인데 9개월동안 아직 업무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외교관은 3년 임기에서 1년을 연장하여 4년여를 근무했는데 한국에 귀국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 “중국에서 살아보니 중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정말 우리와 틀린 것 같다.” 나는 그 외교관이 귀국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는 이제 중국에서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국외교를 주도하는 세력은 정치외교학과 출신들이다. 과도한 집중일 수 있다. 이런 전공 말고도 심리학·사회학·인류학 등 중국사회와 중국인들의 기질을 분석할 수 있는 전공의 인재들이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중국 사회주의 언론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인재다. 중국 관방언론은 비밀스런 중국공산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자다. 그런데 성경에 주석을 다는 전문가가 있듯이 중국언론도 주석이 필요하다. 북중 관계는 특히 그렇다. 공산당은 그림자를 엉뚱한 방향으로 드리우는 능력이 있다.

윈도 비스타와 한국의 중국외교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내부에서는 진실을 꿰뚫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인물들은 뭔가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침묵을 지킨 점도 비슷하다. 차이점도 있다. 전자는 프로가 저지른 실수고 후자는 아마추어가 저지른 실수다.
 
써니 리 스탠퍼드대 동아사이연구소 방문학자


기사 저작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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