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CCTV가 중국은행의 자금세탁 혐의를 9일 고발,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두 국유기관이 공개적으로 다툼을 벌이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10일 보도했다.
CCTV는 9일 오전 뉴스에서 “중국은행은 여러 도시에서 해외이민 고객들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도왔다”는 내용을 20분 가량 집중 보도했다. 방송은 “중국은행이 외화환전 서비스를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으며, 대형 국유은행의 이 같은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중국은행은 “CCTV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해외송금 업무를 다르게 이해한 것이다”며, “관련 지점은 관리감독 규정 및 자금세탁 방지 등의 요구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다”며 반박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부관영 매체인 CCTV는 국내외 기업들을 고발하며, 관련 기업들의 부당 행위에 대한 사과에 보상을 독촉해 왔다. 과거 애플, 폭스바겐, 스타벅스와 니콘 등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대형 국유기업을 상대로 한 고발은 좀처럼 없었다. 중국은행은 중국 4대 국유은행의 하나로 중국정부의 정책실현을 위한 자금공급의 역할을 해왔다. 딩쉐량(丁学良) 홍콩과기대학 정치학 교수는 “공개적인 비판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해외자금 송금을 제한하고 있다. 매년 개인의 환전 및 송금은 5만 달러로 제한하며, 기업은 승인 받은 사업목적에 한해서만 위안화를 외화로 환전할 수 있다.
CCTV는 “중국은행이 2011년 ‘요우휘통(优汇通)’으로 불리는 상품을 통해 고객의 위안화자금을 해외로 이전했다”며,”중국은행은 이를 통해 금액제한 없이 위안화를 해외로 이전시킨 뒤 외화로 환전해 고객들로 하여금 중국의 외환관리규정을 회피하도록 만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은행은 “관련 규정과 자금세탁방지 요구에 준해 엄격한 업무조작 시스템을 제정했고, 자금용도증명 자료와 자금출처 증명 자료는 통일되고 명확한 기준을 지켰다”고 반박했다.
중국은행은 중국내 위안화 및 외화 환전의 주요루트로 외환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Parry International Trading의 애널리스트는 “중국은행은 중국의 주요 해외자금 청산은행으로 CCTV의 이번 고발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수년간 중국경제는 수출 및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대규모 자금유입의 혜택을 입었다. 유입된 미달러는 위안화로 환전되어 은행대출 및 기업성장에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및 증시 거품을 양상하기도 했다. 반면 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면 역전현상이 나타나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자금이 감소한다. 최근 중국정부는 불법자금 흐름에 대한 통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종실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