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양국 공동 패션펀드 추진
‘한국식 스타일’ 선풍적 인기 끌자 中기업들, 국내 업체 인수 큰 관심
화장품-드라마 등으로 확대될 듯
KOTRA가 한국 패션에 관심이 높은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패션 펀드’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뜨거운 중국 내 한류(韓流)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까지 더해지면서 패션, 화장품, 드라마 제작 등 문화 콘텐츠 사업 전반으로 한중 양국의 공동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펀드 조성은 KOTRA 내 외국인 투자 유치 전문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IK)가 주도하고 있다. IK의 한기원 커미셔너는 “한국에는 역량 있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중국에서 인기인 브랜드도 많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의 기획력에 중국의 자금 및 봉제 가공력, 유통망이 더해지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왜 패션 펀드인가KOTRA는 △한국 패션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여러 중국 기업이 국내 패션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왔다는 점에서 패션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 대륙에서 한국 패션의 인기는 엄청나다. 의류 및 패션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장의 상당수는 ‘한국 스타일’이라는 뜻의 ‘한반(韓版)’이라고 적힌 표지를 붙이고 영업을 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김수현이 입었던 패션브랜드 ‘지오지아’의 싱글버튼 코트는 중국에서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의류는 중국에서 디자인이 세련되고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수천억 원을 들여 한국 패션기업을 M&A하고 있다.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인 유아복 ‘블루독’ ‘밍크뮤’ 등을 가지고 있는 서양네트웍스는 중국계 리앤드펑(Li&Fung)그룹이 1950억 원을 투자해 2013년 인수했다. 2012년에는 중국계 사모펀드 ‘유니타스(Unitas) 캐피털’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 1800억 원을 투자했다. 그해 중국 디상(迪尙)그룹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카이아크만’ ‘BNX’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비스타에 256억 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GGPX’ ‘탑걸’ 브랜드의 연승어패럴 역시 중국 패션기업 산둥루이(山東如意)가 샀다.
최근 시 주석 방한에 동행한 중국 기업인들도 한국의 패션, 화장품, 드라마 영역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KOTRA 관계자는 “종전의 중국 투자가 제주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에만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며 “이번 방한에서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 지정된 만큼 양국의 공동 투자가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지금이 최고 적기 “기회 살려야”패션 분야에서 공동 투자모델이 성공하면 화장품 드라마 등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최근엔 일본계 상사들까지 나서 한국 중소 화장품 기업을 여럿 인수했다”며 “일본 역시 한국 기업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 대상국 1위는 중국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36.4%에 이르렀다. 립스틱의 경우 올 1분기(1∼3월) 수출량이 전년 동기의 320%에 달한다. 드라마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끈 몇몇 화장품의 경우 국내 면세점에서 1인당 구매수량을 제한할 정도다.
산업계는 향후 중국의 한국 투자가 직접 투자 및 우회 투자 등 다각적 방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IK 전략지역유치팀 정도숙 박사는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규제로 중국 기업 투자가 싱가포르 홍콩 등을 통해 이뤄졌다”며 “그러나 올 초부터 중국 정부가 10억 달러 미만 비(非)민감 투자의 경우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키로 해 한국에는 찬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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