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中인민은행 MOU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한국에만 설립
중국에는 '원화 국제화' 여건 조성 후 설립 검토
한국은행이 중국 인민은행과 위안화 청산체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선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고, 위안화 청산결제가 국내에서 일일단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에 소재한 중국계 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키로 했다. 청산결제은행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며 현재로선 교통은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간 외환시장은 원-달러 시장만 개설돼 있어 원화를 위안화로 교환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한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면 달러를 거치지 않고 원화를 직접 위안화로 바꾸면 된다. 환전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과 수출입을 하는 국내 기업의 경우 수출로 획득한 위안화로 수입대금을 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우리나라에만 개설된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 중인 중국은 역외 위안화 시장을 허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역외 원화 거래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역외만 가능하고, 우리나라는 역내만 가능해 우리나라에만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다. 중국에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려면 우리나라가 원화 국제화를 선언한 후 역외에서도 원화 거래를 허용해야 가능하다.
이럴 경우 위안화 국제화엔 도움이 되지만, 원화 국제화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은 이와 관련 “중국 청도,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원화 환전 및 결제수요가 상당하다”며 “통화스왑 자금 등을 활용한 원-위안화 무역결제가 활성화될 경우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도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은 우리나라에 위안화 적격 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부여했다. 규모는 800억위안(약 13조450억원)이다. RQFII자격은 현재 홍콩(2700억위안), 대만(1000억위안), 영국(800억위안), 프랑스(800억위안), 싱가포르(500억위안) 등 5개국만 부여되고 있다. 6월말 총 한도는 5800억위안이다. 한중간 통화스왑을 통한 무역결제와 맞물릴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무역결제를 통해 위안화를 받은 후 바로 중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 다만 이날 합의된 내용엔 언제까지 시행한다는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무역규모가 2300억달러(지난해)인데다 FTA가 체결되면 3000억달러가 된다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628억달러 흑자국”이라며 “제반 여건을 봤을 때 위안화 허브가 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중국 투자에 대한 수요가 생기게 돼 있다”며 “중국 자본시장 수익률이 5년물 기준(5%)으로 한국과 1~2%포인트 차이가 나 고수익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원화가 세고, 위안화가 약세인데 장기적으로 보면 위안화는 절상될 가능성이 많고, 원화는 피크인 것으로 보인다”며 “환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위안화 표시채권 발행을 장려키로 했다. 현재 중국계 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위안화 표시채권을 발행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나 이를 좀 더 자유롭게 허용하도록 노력하겠단 얘기다. 중국 내에선 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위안화 표시채권(판다본드) 발행이 제한돼 있어 우리나라에서 중국기업의 위안화 채권 발행을 장려키로 한 것이다.
아울러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내달 중 위안화 금융서비스 활성화 TF(가칭)를 개설할 방침이다. 무역결제 활성화, 국내 위안화 금융 활성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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