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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좌절…"일이냐, 아이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사회

[2014-07-03, 14:38:07] 상하이저널
많은 직장여성은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일 때문에 쉽지 않다는 하소연을 한다. 이들의 고민을 어떻게 덜어주느냐가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많은 직장여성은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일 때문에 쉽지 않다는 하소연을 한다. 이들의 고민을 어떻게 덜어주느냐가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안 낳는 엄마들
경력단절 기회비용 높아…좋은 직업일수록 '일' 택해
대기업 다니는 엄마라도 휴직·복직되면 "더 낳겠다"
60년대 女商 출신 인재들, 은행권 여성친화 문화 조성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 짜야

저출산 문제의 배경에는 ‘여성의 변화’가 있다. 1980년대 고성장기를 거치며 여성들이 한국 경제 주축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 상고 졸업에 만족하던 여성 인재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남자들과 같은 직장에 들어갔다. ‘일이냐 가정이냐’가 ‘사느냐 죽느냐’와 같은 인생의 질문으로 떠올랐다. 전자를 선택한 여성들이 생겨나면서 출산율은 급락했다.

좋은 일자리일수록 포기 못해

출산의 가장 큰 기회비용은 바로 ‘일’이다. 특히 좋은 일자리를 가진 여성일수록 경력단절의 비용은 높다. 공무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아이를 충분히 양육한 뒤 복직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 자아실현까지 가능한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있다.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출산장려책은 미취업여성에게 집중하는 게 나을까. 그런 주장도 실제로 있다. 고학력 고소득 취업여성은 어차피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자녀 출산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 이번 조사에서 직장을 다니는 기혼 미출산 여성의 절반가량이 아이를 한 명만 낳겠다고 응답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실증적으로 증명되지 않고 있다. 정성호 강원대 교수에 따르면 ‘정부 지원이 충분할 경우 아이를 낳겠는가’라는 질문에 취업모의 응답률이 더 높았다. 경제적 부담 등 현실적 여건 때문에 못 낳을 뿐 출산 의사는 높다는 의미다. 이번에 한국경제신문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30대 기혼여성 340명에게 질문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기혼여성 가운데 ‘현재 자녀가 있다’는 응답은 61.4%로 공무원(84.0%)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아이를 (더) 가질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60.5%에 달해 공무원(32.1%)의 두 배 수준이었다. 대기업 취업모도 아이를 갖고 싶지만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못했거나 미뤘다는 의미다. 공무원 수준으로 복직과 육아휴직이 보장되면 아이를 더 낳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은 왜 실패했나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고용률과 출산율을 동시에 끌어올린 선진국은 많다. 저출산에서 탈출한 스웨덴(77.9%) 네덜란드(74.3%) 등은 여성고용률이 70%를 웃돈다. 그 반대로 간 국가가 일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출산율 추정치(1.40%)는 224개국 가운데 208위, 한국(219위)과 함께 꼴찌 수준이다. 4년제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4개국 가운데 일본(68%)과 한국(62%)이 23위와 24위를 차지한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출산수당과 자녀양육수당 등 직접적인 출산지원에 예산을 쏟았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본은 미취업모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 출산율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며 “최근 정책방향을 수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민당은 ‘여성은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엔 아베 신조 총리가 ‘여성 노동력이 일본의 잠재력’이라고 강조하는 등 가족정책이 급선회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예산 배분해야

변화는 정치권도 정부도 아닌 민간이 만들어가고 있다. 일찍부터 여성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일군 은행권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육아휴직이 2년씩 나오고 재교육과 복직 또한 보장된다. 김어진 하나은행 대리(32)는 22개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지난해 가장 바쁜 영업본부에 자원했다. 휴직기간 2개월이 남아 있었지만 가고 싶던 부서에 빈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손을 든 것이다.

네 살 아이의 아빠인 박재륜 우리은행 전략기획부 대리는 최근 둘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야간까지 운영하는 직장 내 어린이집을 계속 늘려나간다는 경영방침을 듣고 아내와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범사례는 아직 극소수에 그친다. 은행권의 변화 역시 1960년대 여상 출신 인재들이 잇따라 진출한 이후 60여년간 서서히 진행됐다.

직장 내 어린이집 등 기업의 희생을 무작정 요구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경영계는 육아휴직 급여인상 등 정부의 저출산대책에 대해 ‘기업을 압박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출산 대책의 성과는 세대에 걸쳐 천천히 일어난다”며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같은 예산이라도 정밀한 정책목표에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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