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첫 만남후 친분 쌓아…朴대통령 파격예우 준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함에 따라 두 정상의 '남다른' 인연에도 관심이 모인다.
두 정상이 지난해 초 나란히 중국 국가주석과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각각 취임한 이후 회담장에서 마주앉는 것은 이번이 5번째다. 박 대통령에게는 시 주석이 다른 나라 정상으로는 가장 자주 만난 상대가 된 셈이다.
이는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라 부를 정도로 개인적 신뢰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랜 친구'라는 수식어로 표현할 만큼 '물리적 시간'이 충분히 길지는 않다. 지난 2005년 첫 만남을 가진 이래 인연을 이어온 기간이 9년밖에 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 첫 만남은 두 정상에게 서로에 대한 강렬하고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게 박 대통령 주변의 얘기다.
두 정상은 지난 2005년 7월 당시 저장성(浙江省) 당서기였던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로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던 박 대통령은 지방방문 일정이 있었음에도 시 주석과 면담했다. 시 주석이 차기 중국의 지도자감이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지방일정을 취소한 것.
2시간 넘게 이어진 만남에서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만남에 대해 시 주석은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후 두 정상은 서한 등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2010년 10월 국가 부주석에 오르며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의 후계로 사실상 확정되자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축전을 보냈고,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2012년 12월 축전을 보내왔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월에는 김무성 전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가운데 중국에 가장 먼저 보내 시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말 장문의 친서로 화답했다. 이 서한에서 시 주석은 외교적인 내용 외에도 "2005년 7월 한국 방문 때 박 대통령과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례적으로 개인적 회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20일에는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신임 주석으로의 선출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전화를 걸었다. 한국과 중국 양국 정상이 취임 축하차 전화통화를 한 것은 수교 이후 처음이었다.
이러한 인연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꽃을 피웠다.
공식환영식부터 정상회담과 양국 청소년대표단 공동접견, 조약서명식, 국민만찬, 특별오찬까지 시 주석은 박 대통령 방문 이틀간 무려 7시간30분간 박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환대했다.
특히 방문 둘째날 특별오찬에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대동하고 나와 박 대통령과 친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또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장에서 만나 환담하며 친분을 이어갔다.
이어 한 달 뒤인 작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두번째 정상회담을 했으며, 지난 3월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3번째 회담장에서 마주앉았다.
이번에 시 주석이 취임 이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찾는 것이나, 그동안 2개국 이상을 순방했던 여타 외국 방문과 달리 한국만 단독으로 방문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 대해 각별함을 드러낸 것은 두 정상의 특별한 인연과 무관치 않다는 외교가의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도 시 주석의 방문 둘째날인 오는 4일 공식 의전 프로그램에 없는 특별 오찬을 하고,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도 함께 참석하는 등 파격적인 예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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