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직선제로 치러지는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 추천 방식을 놓고 시민운동단체가 주관한 '비공식 국민투표'에 78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투표를 주관한 '센트럴을 점령하라'(이하 센트럴 점령)측은 20일 정오부터 29일 오후 10시(현지시간)까지 진행된 온·오프라인 투표에 모두 78만7767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센트럴 점령' 측은 애초 10만∼3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투표 시작 후 두 시간 만에 10만여 명이 투표했고 이틀째에 참여자가 50만 명을 넘는 등 참여율이 초반부터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번 투표는 2017년 선거 때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내놓은 세 가지 안을 대상으로 했다. 투표 결과 '진정한 보편선거를 위한 연맹'에서 제안한 안이 47.2%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 안은 등록 유권자 1% 이상 서명을 받거나 입법회(홍콩의 의회) 선거에서 5% 이상 지지를 받은 정당의 추천을 받으면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 '중앙 정부에 적대적이지 않을 것' 등의 정치적 제약조건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반중(反中) 인사'의 출마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번 투표에서는 또 정부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선거 방안을 내놓을 경우 입법회가 이를 거부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87.8%가 입법회가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투표 결과는 민간운동단체가 실시한 것이라 법적 효력은 없다. 하지만 '센트럴 점령' 측은 높은 참여율이 반중 인사의 출마를 배제하겠다는 중국 당국에 태도 변화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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