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국 경제는 양적으로 큰 성장을 했습니다. 이제 중국 경제의 품질을 높여야 하는 단계입니다.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가 그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도시 상하이가 또 한 번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상하이 푸동공항 종합보세구와 양상보세항구,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물류단지·보세구 등 기존의 4개 보세구를 통합, 자유무역시범구로 지정해 서비스업 개방의 폭을 확대한 것이다.
시범구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중국 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하고, 금리를 자유화했다. 또 금융, 항운, 무역, 사회(교육 의료 등), 문화(공연매니지먼트 등), 전문(법률 등) 등 6개 서비스분야의 진입규제 23개항을 잠정 철폐했다. 중국정부는 시범구 운영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기존의 무역 협정과 다른 자유무역의 틀을 짠다는 구상이다.
지난 19일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센터에서 개최한 '상하이무역시험구 활용방안 설명회'에 참여한 자오샤오레이((趙曉雷) 상하이재경대 자유무역구 연구원장은 "중국 정부가 상하이 시험구를 통해 무역 투자 금융의 자유를 확대하는 경험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상하이 시범구가 기존 보세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상하이 시범구는 중국 전체의 체제 개혁을 추진하는 전초기지다. 무역과 투자, 금융의 자유를 추진하는 국가 전략의 시범지구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중국은 금융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은데, 시범구에서는 금리를 시장에서 결정하게 하는 등 금융의 국제화도 힘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 개방 시도의 경험을 쌓고, 상하이시로서는 시정부 관리제도를 개혁해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기업 투자는 상하이 경제 발전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 외국인 투자에는 어떤 혜택이 있나.
▶ 시범구는 지난해 9월 정식 출범한 이래 지난 3월까지 신설된 법인이 7700여개에 달한다. 그 전신인 상하이 종합보세구에 20년간 신설된 법인 숫자에 맞먹는다. 또 지난 2월 역외업무량은 99억6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93% 성장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출범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를 대폭 개방했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에게는 정부가 투자 가능 품목과 업종을 사전 공지해 투자의 투명성을 보장한다. 투자금지 분야가 아닐 경우 중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
- 중국의 많은 도시 가운데 상하이를 시범구로 지정한 이유는?
▶ 중국 지도를 보면 상하이는 해안선의 중앙 지점에 있다. 장강(양쯔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있어서 중국 내륙과 태평양을 연결시키는 수출·수입 물류의 중심지다. 기후적으로 북부의 항구들과 달리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이런 지리적인 장점이 고려됐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포함해 주변국 도시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 세계 경제는 획일화, 단일화되고 있다. 이런 때는 개방을 통한 협력이 있어야 공존할 수 있다. 상하이는 앞으로 비슷한 성격의 주변 도시와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또 다른 도시들도 상하이에 투자하면 공동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상하이 시험구에 투자를 추천할만한 업종이 있다면.
▶ 상하이 시험구는 공정한 경쟁이 기본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특정분야에 특혜가 갈 수는 없다. 어떤 분야가 환영을 받을 것이란 얘기도 할 수 없다. 다만 특정 산업을 굳이 말하자면 무역 규모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무역 분야와 첨단제조업 기업들이 활동을 하기에 좋을 것이다.
- 상하이 시험구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 중국 경제는 7∼7.5% 정도 성장률의 '중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의 성장이 '고속'이었다면 지금은 '중속'이다. 상하이시범구가 경제성장률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중국의 체제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다. 상하이 시험구는 중국 정부의 규제개혁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 해법으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비스업 개방을 통해 경제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