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진세근] 요즘 중국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의 병원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10명 가운데 6명은 제왕절개 수술을 거쳐 세상에 나온다고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최근 보도했다. 제왕절개 수술의 천국이라는 한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2000년 이래 꾸준한 급증세다. 중국 의학계는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전국적으로도 제왕절개는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제왕절개 수술에 의한 출산은 1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제왕절개로 인한 위험과 비용 등을 감안한 조치다.
◆ "제왕절개하면 아이 머리 좋아진다"는 미신=전문가들은 "산모들이 제왕절개 수술을 원하는 이유는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째는 공포다. 산통에 대한 두려움이다. 둘째는 자연 분만을 하면 몸매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가장 중요한 셋째 이유는 태아의 두뇌다. 즉, 자연 분만을 할 경우 태아의 머리가 산도(産道)에 눌리기 때문에 머리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속설을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한 자녀만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뿐이라면 제왕절개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산모가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꼭 제왕절개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산모나 보호자들이 제왕절개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 생활수준 향상도 원인=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산모와 태아의 영양상태가 좋아진 것도 제왕절개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태아의 경우 과거에는 3㎏를 넘는 일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4㎏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도의 지방도 늘어나 자연 분만에 점점 불리한 상황이다. 산모 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현재 베이징 산부인과의원에 입원 중인 산모의 평균 연령은 35세로 집계됐다. 베이징 의료계는 "산모 나이가 개혁.개방 초인 1980년 초에 비해 열 살 가까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 비용이 문제=제왕절개 비용은 자연 분만에 비해 평균 2000~3000위안(약 24만~36만원)가량 높다. 게다가 개인병원들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제왕절개를 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제왕절개 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조산사의 숫자를 늘리고, 제왕절개가 가능한 경우를 명문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