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칼럼] 그림자금융이 던진 중국의 금융정책 과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4월 3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중국 경제 동향 및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정부의 경제정책에 “지속가능 성장과 구조조정을 병행 추진하면서 시장 경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 구조조정 차원에서 회사채 디폴트를 허용하고 금융활동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는 등 조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 정부는 의도적이지는 않으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도산을 통한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덧붙이기를 “이 과정에서 그림자금융과 정부부채, 회사채 디폴트, 부동산가격 폭락 등 리스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 중국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국 입장에서 개별 리스크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림자금융이란?
그림자금융(중국어는 ‘影子银行’이고 영어로는 ‘shadow bank’)라는 용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쓰이게 되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빗대어 일컫는 말이었다. 특히 2010년 11월 G20 서울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FSB(financial stability board)에게 그림자금융의 규제강화 방안을 요청하면서 새삼 널리 알려졌다.
FSB의 정의에 따르면, 그림자금융은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제공하면서 은행과 같은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는 신용공여를 총칭한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신탁회사 등 비은행권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활동과 사채, 전당포 등 제도권 밖에서 창출되는 민간대출 그리고 은행의 부외활동(off-balance sheet activity)을 통한 신용창출 등이 해당된다.
정규 금융 시장인 은행권의 ‘외도’
중국에서 그림자금융이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4월 저장성 원저우에서 발생한 19개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 사태이었다. 2008년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4조위안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시행하여 유동성이 풍부하여 진 후 2010년에 돌아선 긴축기조로 인해 자금난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해소를 위해 그림자금융을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그림자금융의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정규 금융시장이라 할 은행권은 대출문턱이 높아 중소기업에게 눈을 돌리지 않았고 자금이 긴급하게 필요한 중소기업은 민간대출 시장에서 사채를 조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 다시 이슈가 된 그림자금융은 민간 사채시장의 파동이 아니라 정규 금융 시장인 은행권의 ‘외도’와 연관된다. 소위 은행의 부외활동과 신탁회사의 리차이(理财)상품 판매 등이다. 은행의 부외활동은 ‘은행인수어음’과 ‘위탁대출’인데 은행인수어음은 어음할인의 일종이고, 위탁대출은 중국에서 기업간 대출이 규제를 받자 이를 우회하여 은행이 민간기업간 대출에서 중개역할을 하는 것이다.
은행의 리차이상품 판매는 파생금융상품 판매인데 은행이 대출자산을 신탁회사 등에 매각하여 유동화시킨 후 이를 다시 재매입하여 일반인에게 판매하여 수수료를 취득하는 것이다. 그림자금융이 형성된 배경에는 전통적 금융시장의 대출구조가 대기업에 편향되어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과 예대금리가 관치금융으로 고정되어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돈이 그림자금융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있다.
이러한 그림자금융이 최근 뇌관을 터트렸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중국에선 처음으로 디폴트가 발생했다. 상하이에 있는 태양광업체 ‘차오리’가 2012년 발행한 10억 위안의 회사채 이자 8980만 위안을 갚지 못해 부도를 맞은 것이다. 3월 14일에는 철강회사가 회사채를 만기를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고 3월 17일에는 저장성의 ‘싱룬 부동산’이 부채 35억 위안을 못 갚아 무너졌다.
그림자금융에 대한 시선 아직은 낙관적
그림자금융은 지난 양회기간에도 이슈가 되었다. 3월 13일 오전 리커창 총리는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내외신기자회견에서 ‘그림자금융’을 비롯한 금융리스크에 대해 현재 한층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바젤 3’ 규정에 관리감독을 준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출하였다고 하였다. 이미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중국에 국한된 금융위기에 그치지 않고 그 여파가 세계적 금융위기로 미치지 않을까 모두가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고 있다.
아직은 중국의 그림자금융에 대한 시선이 낙관적인 것 같다. 그 규모가 크지 않고, 중국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중국정협위원이며 중국은감회 특별고문으로서 전임 공상은행장인 양카이셍(杨凯生)은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중국 GDP의 10% 수준이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심각하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그리고 그림자금융이 창출한 신용공여도 그 영향이 작다”라고 하고 주장하였다.
그림자금융 정확한 규모·범위 획정 어려워
중국의 그림자금융의 규모에 대해서는 중국 GDP의 10%에서 50%까지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는 것처럼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림자금융의 정확한 범위를 획정하기 어렵고 또한 관리감독이 정확히 미치지 않아 실제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의 규모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림자금융의 규모에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비관론자의 시각이다. 즉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아니라 그 질에 위기의 요인이 있다고 한다.
우선은 그림자금융의 가파른 증가속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리차이상품인 파생금융상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개발, 자원에너지, SOC투자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여 투자자산 부실의 우려가 높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투자자산과 투자상품간의 불일치(mismatching)가 최대 리스크로 지적된다. 단기간 내에 뱅크런과 같은 탈 리차이상품 현상이 발생하면 투자자산의 부실 없이도 은행의 지급불능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의 금융정책은 지속적으로 그림자금융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림자금융이 급속하게 성장한 요인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모색하는 것 같다. 그 방향은 금리자유화와 그림자금융 시장의 양성화를 통한 감독으로 보여진다. 관치금융의 끈을 조금 느슨하게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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