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합법과 불법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
“차이니즈 웨이는 스마트 웨이?”
중국 직원이 나에게 한 수 가르쳐 주었다. 중국 비즈니스가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하지 않음을 비판적으로 지적하자, 중국에서는 중국만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며, ‘chinese way is smart way’라고 표현했다. 무릎을 칠만큼 적절한 표현이었다. 그렇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듯, 중국에서는 중국만의 방식이 있다. 그것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칼로 무자르듯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단지 과정이 틀리기 때문이다.
음악포털의 경우 그들은 처음부터 음원을 확보하고 서비스 하지 않았다. 다만, 많은 유저들이 이들 사이트를 방문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상장하게 되었을 때, 그 공을 혼자 독식하지 않았다. 충분한 트래픽과 수익이 생긴 후에는 저작권자와의 협상을 통해 적정한 계약을 도출해 냈다.
이 때, 공정 가격은 저작권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트가 1년간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 수익을 기준으로 한다. 타 국가에서 저작권자가 우위의 권한을 가지고, 서비스 업자가 얼마를 벌어들이던 일단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팍팍한 계약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도덕이나 법보다 실리가, 남의 권리보다 나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문화다. 나와 남의 이익이 협상을 통해 동시에 보장되는 비즈니스 관행, 그것이 바로 CHINESE WAY다.
“합법과 불법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얼마나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 이다. 한국에서 해오던 대로 혹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게 사업을 진행해도 된다. 제품이 독보적이고 브랜드 가치가 충분해서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해도 수익을 실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경우이다. 예들 들어 삼성전자 제품이 그 경우다.
하지만, 중견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할 경우 대부분 패하게 되어 있다. 이유는, 능력 부족보다도 위에서 얘기했던 중국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시스템, 차이니즈 웨이 때문이다.
중국에 온 지 10년차임에도 올해 나는 또 한번의 도전에 직면했다. 2년전 서비스했던 음악게임에 들어갔던 음원에 대해 소송이 걸려왔다. 당시, 모든 곡을 불법으로 서비스하면 외자 기업으로서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여, 대부분을 정식으로 계약하고 일부를 바이두를 통해 음원을 확보했었다. 그런데 막상 소송을 걸어온 주체는 합법화를 위해 계약을 했던 업체였다.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계약 기간이 종료되었고, 이를 방치했던 상황에서, 정확히 계약종료 1년이 지난 시점에 법원에서 소송장이 날라왔다. 한국 같으면 전화를 걸어 재계약을 하자고 하는 것이 비즈니스 예의일텐데, 파트너사는 소송으로 화답했던 거다.
많이 분노했지만, 나중에 지인을 통해 음반사의 본 뜻을 알 수 있었다. 즉, 계약 만료 시점에 그쪽에서 재계약을 제안했다면 나는 분명히 계약을 종료했을텐데, 그걸 아는 음반사는 일부러 1년의 시간을 경과한 시점에서 음원 값을 요구했던 거다. 상대가 외국 기업이고 상장사임을 알고 행한 조치다. 로컬 기업과 외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다르다.
모든 음원을 불법으로 서비스했다면 차라리 소송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이런 결과론조차 일반화하긴 어렵다. 정말 불법 서비스로 소송에 걸렸다면 더 치명적일지 누가 알겠는가? 여차여차해서 결국 합의금으로 소송은 마무리되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내야할 수업료가 남아 있는 듯하다.
합법과 불법은 백지 한 장 차이다. 그 사이에 길다란 줄이 두 개 걸려있고 우리는 때로는 합법적인 줄을, 때로는 불법적인 줄을 타게 된다.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리스크를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닥 위험한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합법의 줄로 돌아와야 한다. 불법의 나락으로 빠져 시종일관 한쪽 줄만 탄다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법의 응징이 가해질 거다.
우리는 이곳에서 불리한 외국인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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