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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새싹

[2014-03-24, 14:59:16] 상하이저널

좀 따뜻해졌나 싶으면 봄이 오는 걸 시샘해서 인지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인지 우리집 꼬맹이도 큰 일교차 덕에 감기를 계속 달고 있어 걱정이다. 학기 초라 문방구를 갈 일이 잦다. 문방구를 갈 때마다 괜시리 필요 없는 것도 하나씩 더 구입하는 아이들이다. 봄이 오는 걸 여기서도 막을 수 없는 모양새다. 모두 새싹 키우는 상품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꺼내 들고 흙을 용기에 부어 씨앗을 뿌린다. 들뜬 폼이 흡사 봄 농사 시작하는 농부 같다. 신기하게 뿌린지 이틀도 되지 않아 싹이 텄다. 햇빛 받아 잘 크라고 베란다에 놓아 둔 둘째 씨앗은 이른 아침 새가 와서 주워 먹었는지 몇 개 싹을 못 틔워 울상이다. 여기저기 파헤쳐진 흔적이 있는 것이 8층 베란다에 찾아 올 손님은 새뿐이라 미처 예상 못한 우리를 탓한다. 분명 작년에도 딸기 모종을 베란다에 키우다 새 때문에 낭패 본 기억이 있음에도 우리가 이렇다.
 
딸기 열매가 달린 모종을 세 개쯤 사서 보기도 하고 먹을 요량도 했건만... 딸기는 뾰족한 꼭대기가 제일 달다. 초록색 딸기가 끝부터 조금씩 익어갈 때쯤 익으면 먹어야지 매일 들여다 보다 내일이면 먹겠구나 싶을 때면 그 다음날 어김없이 새가 달콤한 부분만 먹어 버렸다. 항상 새가 앞서서 새를 이겨줄 요량으로 아직 익지 않은 딸기를 먹기도 했다. 이때쯤 감기 기운이 있던 막내가 쏟아지는 봄빛을 주체 못하고 감기 중에도 나가 뛰놀았다. 뿐이랴 학교도 하루도 거르지 않더니 귀 뒤 임파선이 부어 올랐다.

겨울에서 봄으로 몸도 옮아가는데 적응이 필요하나 보다. 겨울도 뚫고 팔팔하게 올라오는 새싹 같던 아이가 환절기 감기로 물 먹은 솜처럼 되었다. 입에서 끊임없이 재잘대던 말도 사라졌다. 창 밖 봄볕은 따가운데 감기에 고생하는 아이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할 법도 하지만 창문을 열면 훅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아직 겨울의 뒷끝을 보여 준다.

한 3일 아이 곁에서 종종걸음 하며 간호하다 문득 잊고 있던 싹들이 생각났다. 다행히도 위의 두 아이들이 정성스레 물을 잊지 않고 줘서인지 무성하게,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었다. 이젠 제법 어떤 식물인지 모양새도 나오고 화분이 좁아 분갈이라도 해야 하나 싶게 귀엽게 자라 있었다. 사흘 앓은 막내에게 가져다 줬더니 쓰다듬고 뽀뽀한다. 기특해 하더니 막내도 이제 온 몸으로 봄을 맞을 준비를 끝냈는지 말이 살아나고 뛰어다니는 폼이 초록색 새싹들 같다. 초록색 새싹이 막내에게 다 나았니? 인사한다.

봄이 다가오면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몸이, 마음이 초록색을 찾는 것이 청명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게 된다. 봄이 와 내 맘도 몸도 막내 감기만 아니었으면 꽃시장에 벌써 몇 번은 다녀왔을 것이다. 겨우내 휑했던 베란다는 봄이 왔는데 하며 날 쳐다보는 듯 하다.

게을러야 잘 키우는 몇 몇 실내 화초들을 제외하고는 봄과 함께 맞아 들이는 화초들은 제법 부지런해야 잘 기를 수 있다. 아직 겨우내 움츠렸던 내 몸도 이제야 조금씩 봄에 적응해 가고 있다. 파란 새싹이 우리 막내 감기 뒤끝도 정리해 주고 나의 봄을 향한 푸르른 본능도 깨운다. 올 청명절엔 꼭 식구 수대로 나무를 심어야겠다. 봄에게 더 푸르름을 더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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