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차이나 마켓코드라는 책을 통해 중국시장과 소비자를 소개하고 나서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을 향해 비전을 두고 있는 분들에게서 많은 응원과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메일들은 조금은 거칠더라도 라이브한 중국시장과 소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각종 미디어에서 수 많은 중국관련 뉴스와 중국 경제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이야기와 숫자를 보여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아직도 현업에서 중국대륙을 누비고 있는 내가 잘 소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이 연재를 하게 되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는데 혹시, 경제전망과 위안화 금융흐름이 궁금하신 분은 이 글보다는 인민일보나 조선일보를 참조하시고, 그래도 부족하시면 N검색의 ‘지식인’에게 물어보시기 바라며, ‘아프리카티비’같이 라이브한 중국시장의 생중계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대환영이다.
중국인들로 점령당한 홍췐루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류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금요일저녁 불타는 금요일, 또는 불금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중국사람들에게도 금요일은 특별한 날이 된다. 일반적으로 외식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습관에 따라 그리고 청춘이라면 더더욱 금요일에 약속도 없다면 인간관계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요즘 상하이에서 이 불금에 가장 Hot한 곳이 있으니, 바로 금수강남이라 불리던 홍췐루(虹泉路) 한인타운 일대이다.
작년 찬바람이 불던 어느 날부터인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홍췐루와 진후이난루(金汇南路) 일대는 중국사람들로 갑자기 점령(?)당해 버렸다. 몇백미터도 되지 않는 홍췐루거리를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도 차가 막혀서 진입조차도 못한다.
한국에서는 이제 조금 유행이 시들해져버린 닭강정도 이 거리에서는 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먹거리가 되었다.
심지어 뻥튀기를 먹기 위해서도 긴 줄을 서야 한다 지금은 사실 이 거리에 있는 모든 먹거리가 필수적으로 줄 서야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도 그럴 것이 거리 규모에 비해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고, 날이 갈수록 찾아오는 중국인들이 더 많아 지니 이런 상황은 더욱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갑자기?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몰려들까? 홍췐루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징팅띠엔띠에는 몇 년전부터 파리바게뜨와 커피전문점들이 있어왔고, 떡볶이와 한국음식점 또한 원래부터 있었는데 다락방은 원래 이층에서 춘천닭갈비를 팔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직접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만-그래서 찾아오는 중국사람들에게 물어도 보지만-시원한 대답을 얻기는 어렵다. 보통의 경우 중국TV에 이 거리가 소개되어서, 또는 드라마 한류의 연장선에서 이 대박(?)을 해석한다. 물론 이전에 한적했던 망고식스매장의 경우에는 SBS상속자 방영 이후에 김우빈 주스인 망고&코코넛주스를 먹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대박을 치고 있고, 파리바게뜨 옆집빵집 뚜레쥬르 또한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 来自星星的你)로 김수현의 사진 앞이 포토존이 되어 손님을 끌고 있지만. 그럼 이 흐름은 드라마가 끝나 버리면 끝나 버리는 것인가? 이전에는 멋진 한류 드라마가 없어서 이렇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한중 교류 터질 때가 됐다
물론 계속 더 재미있는 한류드리마가 나와서 또다른 천송이의 치맥을 만들어 내겠지만, 이번 홍췐루의 한류는 그것 말고도 다른 곳에 이유가 있다. 필자는 그 해답을 중한·한중 교류에서 찾아본다. 한마디로 지금에야 말로 터질(?)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소비자가 소득이 증가하고 해외여행 붐이 일게 됨에 따라 작년에만 해도 430만명의 중국사람들이 한국을 다녀갔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보던 음식과 문화뿐만 아니라 실제 본인이 체험해 보고 오는 것이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맛보고 온 것이다. 여행에서 먹어본 매콤하고 달콤한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어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가까이 있다면 더더욱 다시 와서 먹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번 더 내가 지난달 국경절에 또는 노동절기간에 해외여행 다녀온 것을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뉴스타 찜질방은 더 이상 한국교민들의 목욕탕이 아니라 중국사람들의 이색체험코스가 되어버린 것과 같이 지금은 먹거리부터 시작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와 문화들을 이 거리에서 경험하기를 중국소비자들은 기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제 그들이 한국에서 봤던 재미있었던 무언가를 이 거리에서 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본다.
젊은이들의 체면소비도 한 몫
두번째로 이 거리의 성공은 중국 청춘들의 체면소비라는 소비특성에 기인한다. 체면소비는 중국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 본인의 체면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수강남 진후이난루의 만(MAAN) 커피샵의 주된 성공요인 또한 커피 맛에 있기보다는 테디베어와 그 고급스런 분위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서 커피한잔 하면서 웨이보와 웨이신에 연신 사진을 올리면서 미소를 날린다.
“나 이 정도에서 커피 좀 마시는 사람이야!”
중국 청춘들은 남들이 하면 나도 한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황제처럼 대우받고 자라온 그들에게 체면에 투자하는 몇 십위안씩 하는 커피는 별로 비싸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한류드라마에 나오는 분위기에서 한류스타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또 찍고 올리고, 찍고 올리고를 반복한다.
“나 이정도 놀거든?”
그들에게 한국문화는 단순히 호기심이 가는 문화가 아니고 그들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자랑하고픈 먹거리와 놀거리가 된 것이다.
또 다른 꺼리를 만들자
이 광풍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한때 유행했던 홍콩 르와르 전성시대의 ‘싸랑해요 밀키스’를 떠올린다. 한때 우리도 홍콩의 그들에게 미쳐(?)있을 때가 있었다. ‘한때 좀 유행했던 것’정도로 중국소비자들에게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한류가 그때 그것과 다르기 위해서는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꺼리를 만들어야 한다. 유행은 단순히 그냥 흘러가버리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기 때문이다. 8억5000만명의 중국인들이 애청하던 상속자가 끝나고, 대륙의 AI도 무시해버린 ‘별그대’가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그리고 지금 중국소비자들은 또 다른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글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