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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미역국 한 그릇

[2014-03-05, 11:27:41] 상하이저널

“내일 도시락반찬으로 뭐 만들어줄까?”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가는 아이는 미역국을 끓여달란다.
비 오면 추우니 따뜻한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가장 큰 이유가 스트레스라는 아이의 발진은 한약과 음식조절로 효과를 보고 있다.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춰주며 영양소 잡힌 식사로 체질개선을 하면서 아이가 위가 약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배고픔에 급하게 먹는 급식이 비위가 약해 안 맞아하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반찬투정도 하지 않고 밥상에 차려진 반찬 중에 입맛에 맞는 것이 있으면 밥을 잘 먹다보니 눈치 젬병인 엄마가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한약을 먹는 동안 도시락을 싸서 보내기로 했는데 다행히 빤주런라오스(班主任老师)도 이해 해주시고 무엇보다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 급식으로 비위에 안 맞는 음식이 나오면 먹는 시늉만 하다 보니 오후엔 허기져서 힘들고 기운이 딸리는 날이 많았는데 엄마가 싸준 따뜻한 도시락을 먹고부터는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단다.

반 친구들이 급식 먹으러 가면 혼자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아이. 혹여 누가 보고 놀리기라도 할까봐 아이는 꽤나 신경을 쓰고 있다. 가끔 모르는 아이가 교실에 들어와 놀리고 간적이 있다고 울음을 터뜨린 날엔 아이를 달래느라 애도 먹는다. 그런 저녁엔 따뜻하고 부드럽게 미역국을 끓여 아이에게 먹이며 마음을 달래주곤 한다.

딱, 삼칠일이 지나고 산후몸조리는 털어냈다. 황금돼지해에 낳은 둘째 땐 몸조리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친정엄마는 올 수가 없었고(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의 엄마 곁에 있으시라고 만류했다. 외할머니 앞에 딸로 머무는 마지막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은 엄청난 출산율로 자리가 없었다.

산후도우미를 구하기 전까지 믿을 수 없는 솜씨로 남편이 끓여주는! 소고기 미역국, 조갯살 미역국, 황태 미역국 등등 이름은 명확하나 맛없는 미역국으로 몸조리를 했다. 맛없는 미역국 먹기가 고역스러워 삼칠일만 지나길 기다리고 있었고 삼칠일이 지나자 직접 맛! 있! 는!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태어 난지 3주 된 젖먹이 안고 삼칠일 기념 미역국을 끓여 먹자고 차려놓고 보니 어찌나 서글프던지....
 
나보다 더 맛있어하며 잘 먹는 남편과 아빠가 만든 것보다 맛있다며 두 그릇도 먹는 큰아이, 엄마가 맛있게 먹은 국 덕분인지 아기도 배부르게 젖을 먹고 자며 우리 식구는 간만의 포만감과 안도감을 느꼈었다. 그 뒤로 남편과 아이들이 감기기운이 있거나 밥상이 허전하다 싶으면 종종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 먹곤 한다.

6년쯤 질리도록 맛있게 먹고 나니 산후조리하면서 맛있는 미역국 하나 못 얻어먹어 서운하고 서글펐던 마음도 풀렸다. 오히려 아내 곁을 지켜준 남편과 떼 한번 안 쓰고 동생 돌보기를 같이해준 큰아이에 대한 고마움, 낳고 기르는 모든 걸 내 손으로 한 둘째에 대한 애틋함으로 지난 시간이 고맙고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멘탈 갑에 들어가지 싶다.

둘째가 태어난 3월이다. 아침에 끓인 미역국은 여전히 부드럽고 진하게 맛이 잘 우러났다. 도시락에 담아주며 엄마생각하며 먹으라고 토닥이니 아이는 배시시 웃는다. 나중에 우리 아이의 소울 푸드가 미역국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싱크대에 미역국 냄비며 미역불린 소쿠리, 마늘껍질에 뚜껑도 안 닫은 참기름 병까지 요란하지만 이런 날은 설거지도 사랑스럽단 말이지.

▷Betty(fish7173. nav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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