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통역사 문은희 씨
동시통역사 문은희 씨,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한국에서는 동시통역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던 사람 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유명 학원에서 동시통역 대학원 준비반 전문강사로 10여 년 활동하며 80%이상의 진학을 성공시켰다.
상하이에서는 국제기업회의, 정치 학술회의, M&A협상 테이블 등 각계 정상들의 목소리도 그녀를 거쳐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회의장 뒤 보이지 않는 곳에 마련된 동시통역 부스지만 영향력은 거대하다. 모두가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녀가 이렇게 쌓아온 동시통역 이력으로만 A4용지 20장이 넘어간다.
동시통역사.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언어의 연금술사’다.
문 씨는 원래 영어 동시통역사가 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TV 속 동시통역사는 멋있는 만큼 내겐 너무 멀고도 어려운 존재였다.
92학번인 그녀는 한중 수교와 맞물려 중문과의 비전을 바라봤다. 졸업 후 사실 막연하기만 한 동시통역사는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통번역 대학원을 추천 받아 준비반 학원을 찾았다. 사실상 문씨를 이 길에 들어서게 한 것이 학원 첫날 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빠지지 않는 중국어 실력이었지만 첫 수업은 충격에 가까웠다.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그 때 느꼈던 ‘중국어를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과 승부욕, 그리고 ‘통역사를 떠나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싶다’는 열망이 그녀를 이 곳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문 씨는 그렇게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시통역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수석입학, 수석졸업 했다.
‘타고 났나보네’라고 치부하기엔 그녀가 가진 근성과 열정이 더 컸다. 이제 20여 년을 바라보는 경력을 쌓은 지금도 그녀는 매일 중국 TV는 물론 한국 뉴스까지 쉐도잉(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동시에 따라 하는 방법)을 하며 훈련한다.
긴 시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쌓아야 했던 노력만큼 부딪혀야 했을 어려운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던, 좌절의 순간은 없었을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다. 통역이라는 것이 외국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마약’같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통역 일을 할 때는 항상 재밌었다. 고급 외국어를 계속 접하고 새로운 영역을 학습하며 지적 욕구, 충족감을 채울 수 있는 환경(비록 전문가에게는 얕고 좁은 지식일지라도)은 정말 매력적이다.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지금도 ‘항상’ 그렇다.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영역에 부딪힐 때 드는 ‘여기서 더는 안되나’하는 생각. 포기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이 더 크다. 즉 ‘긍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동시통역 이상으로 강의 하는 것을 좋아하는 문은희 씨는 현재 실전 동시통역 기계설비를 갖춘 중국어 동시통역연구실 KCSISO(Korean-Chinese Simultaneous Interpretation Study Office)도 운영하며 한국 유학생과 교포들을 가르친다.
소수일지라도 강의를 통해 중국어를 좋아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보는 것도 좋고, 수업 중 한 두 마디라도 청년들에게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될 말들을 건넬 때 자신이 더 즐겁다고 했다. 학습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분명한 존재감이 있어 유학생들의 개인적인 상담신청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녀가 선생님으로, 중국어 선배로 바라보는 유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언어와 문화적 학습에 조금 더 치열해진다면 좋겠다. 중국어로 승부 보겠다는 학생들이 중국소설, 중국영화 한편 자막 없이 본 적 없고, 좋아하는 작가 이름, 명대사 하나 읊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한국 기업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학구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인데 이런 학생들이 어떻게 그런 면접관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문화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 갔을 경우에는 선진문화에 대한 동경이 커서 TV시청도 열심이다. ‘TV를 틀어놓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귀가 열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학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나조차 인내심을 갖고 보는 중국 TV프로그램인데 학생들은 오죽하겠나.
한국보다 트렌디하지 못한 중국 문화에 젊은 청년들이 애써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유학생들의 느슨한 듯한 자세가 안타깝다. 특히 방학마다 꼬박꼬박 귀국하는 모습. 2개월의 한국 생활이 중국어를 6개월 뒤쳐지게 할 수 있다는 걸 모른다. 중국 내륙지방 여행을 돌며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접촉을 늘리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텐데. 조금만 더 멀리 내다 볼 수 있길 빈다."
▷손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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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훌율한분이네요 어덯게해서그렇게동시 통역을잘하시는지 앞으로훌륭한통역사가되시기바람니다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