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 지, 도와주세요.”
며칠 전 한 단체 카톡에 휘리릭 휘파람 소리와 함께 올려진 글이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잠깐 동안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상상들이 오가고 있을 찰라 금방 사진하나 올라오는데 말이 맨홀에 빠져있고 주위에 몇 명의 구조대원들이 삥~ 둘러서 고민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안심이 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에 잠깐 가슴 졸였던 것이 살짝 억울하기도 해 나도 몇몇 친한 이들한테 같은 글을 보내야겠다는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아무 생각 없는 장난이었다. 나처럼 잠깐 당황하고 속아서 억울해 하겠지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벌써 웃음부터 났다. 그런데 몇 사람을 지나며 나타나는 반응들이 각양각색 장난이 아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냐, 부담 갖지 말고 말해봐라, 혹시 남편이랑 싸웠냐, 여러 질문들이 쏟아진다. 어떤 이는 혹시 돈 때문 이냐며 요즘 자기가 아이들 교육문제로 얼마나 쪼들리는지 푸념을 하기도 하고 이번에 입시에 실패해 재수하게 된 딸아이를 둔 친구는 혹시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 있냐며 걱정을 앞세우고 급기야는 너 혹시 늦둥이 가진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곤 혼자 크게 웃기도 했다.
웃자고 시작한 게 의외의 반응들에 놀라고 난 부리나케 사진을 올려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들었지만 그 사진을 보고도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죽자고 달려들듯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아 나를 당황하게 하는 이도 있었다. 사진 속 내용을 일일이 풀어 설명하면서 이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하는 맘도 있었지만 이 참에 상대방의 지금 답답한 심정도 알게 되고 또 함께 오고 가다 보니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싫지만은 않았다.
말속에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는 줄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작은 말들의 소란 속에서 지금 그 사람의 삶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마다 자기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질문하고 있는 모습에서 지금 얼굴을 대면하고 있지 않아도 지금 생활이 평안한지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형편들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의 기준들이 지금 현재의 자기모습이란 것이 많은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한 살 한 살 먹는 나이만큼 말의 신중함도 더욱 깊어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올해는 말의 해다. 여러 모양으로 말의 해 덕담을 나누며 새해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이 작은 말이 여러 사람을 가슴 졸이게도 하고 황당함에 웃게도 하고 또 쑥스럽게도 하는 해프닝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말의 힘을 느끼며 야생마를 길들여 인간과 교감하며 함께 달리듯 또 한 해를 맞으며 내 혀를 잘 길들여 이웃과 서로 사랑하며 격려하며 힘차게 달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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