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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촌의 꺼지지 않는 불빛

[2014-01-14, 11:30:55] 상하이저널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촌"

미국 IT 산업의 심장 실리콘밸리를 가 본 사람이라면, 너른 땅에 퍼져있는 건물들이 캘리포니아 특유의 화창한 날씨와 오버랩되어 추억될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는 북경 중관촌에 있다. 북경은 봄이면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도시라 산호세의 맑은 공기는 없지만, 중관촌 개발자들의 열정만은 미국 실리콘밸리 이상이다. 사무 환경도 쾌적하진 못해서, 절반 이상이 아파트 안에서 작업을 한다. 5인 미만의 영세 스튜디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거실에 서넛이 모여 앉아 뭔가를 열심히 제작하고 있다. 그래픽을 하는 친구도 있고, 코딩을 하는 친구도 있고, 스튜디오의 사장은 완성된 제품을 아이패드에 담아 열심히 설명한다. 벤처캐피털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기업가치는 수십억에 이르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중관촌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다. 명문대에서 그만큼 배웠으면 안정된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청년들이다. 사실, 모험을 즐긴다기 보다는 대박의 꿈을 쫓는 무리들이다. 만약에 그들이 만든 게임이나 컨텐츠가 대박을 터트린다면, 평생 동안 일하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이 생긴다. 이러한 대박 신화는 신화가 아닌 성공사례가 되어 반복적으로 중국의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중관촌이 심장이라면, 그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대학들이 많다. 북경대, 청화대, 인민대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명문대들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가 굳이 중관촌에 자리잡은 이유다. 특히 북경대와 청화대 공대를 나온 이들이 주축이 되는 기업이 많고, 작은 스튜디오를 넘어서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은 경우는, 해외파 선배가 후배들을 계속 끌어들인다. 대학 동문회 분위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석사는 기본이고 박사는 옵션이다.

신입사원의 급여는 적게는 5천위앤에서 많게는 2만위앤에 이르기도 한다. 구하기 어려운 모바일 개발자라면 신입이라도 2만위앤은 너끈하다. 아파트 임대료도 버거운 판에 이런 고임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지분으로 인정해서 지급한다. 창업자와 꿈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중국 실리콘밸리에서 본토 실리콘밸리로”

중관촌은 중국 IT의 미래다. 오늘날의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주도한 청년들이 모두 중관촌에서 자라나고 미래를 꿈꿔왔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상당수가 이 곳 중관촌에서 시작을 했다. 이렇게 중관촌의 젖을 먹고 자라 1차 꿈을 이룬 청년들은, 다음 코스로 미국 IT의 심장을 향한다. 중국 실리콘밸리에서 본토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것이다. 스탠포드, 버클리 등 훌륭한 대학으로 두 번째 꿈을 품고 떠난다. 수 년 후 그들이 돌아왔을 때 이미 후배들도 성장했고, 경쟁 기업들도 성장했지만, 이젠 어엿한 상장사의 기업인이 되어 자신의 백그라운드에 한 줄을 더 아로새긴다.
‘스탠포드 MBA’

“범의 새끼를 키우다”

미국의 시스템과 미국의 IT를 학습한 중국 엘리트들은 미국 현지 취업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구글, 시스코에도 중국인 취업자들은 많지만, 좀 더 비전이 있고 욕심이 있는 중국인이라면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낫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일까? 초기에는 그랬을 것이다. 낙후된 조국의 IT를 부흥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선량한 마음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들은 조국으로 돌아온다. 미국에서 보고 들은 경험 그대로 중국에서 수 년 늦게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한다. 미국에서 취업을 하면 아시아인은 중간관리자가 되는 게 거의 최고의 상황이지만, 중국에서 창업을 하면 그가 중국 구글의 사장도 될 수 있다. 또는 중국 토종 기업의 자존심이 되어, 미국 야후를 집어 삼킬 수도 있으니, 머리가 좀 트인 중국인이라면 굳이 미국 취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오늘도 중관촌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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