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식안세평(食安世平)’과 시장기회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대만계 일본인인 안도 시로후쿠는 여러 어록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식족세평(食足世平)’이다. 먹을 것이 풍부해야 세상에 평화가 온다는 의미로 2차 세계대전 후 배곯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먹거리의 과부족보다도 안전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식안세평(食安世平)’일 것이다.
몇 년전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멜라민 분유사태 이후 중국정부가 유제품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와중에 뉴질랜드 폰테라사의 분유에서 보톨리늄균이 나왔다. 중국 엄마들이 ‘믿을 것은 너뿐이다’라며 전혀 의심치 않던 뉴질랜드 분유의 수입길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뉴질랜드산 대신 아일랜드, 독일산 분유와 유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아일랜드는 유럽 최고의 분유 생산지 중 하나로 유제품 생산량이 전세계 생산량의 오분의 일을 차지하고 분유원료의 절반을 공급하는 지역이다. 아일랜드산 유제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아일랜드 역시 중국수출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에서 독일산 우유가 가장 비싸게 팔리는 곳은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독일의 대중국 우유수출량은 무려 14배나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두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유제품 중에는 저온 살균 우유와 유아용 조제분유가 적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정작 많이 찾는 유제품이 바로 이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유제품기업들이 보다 발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수입식품 종합유통기업들은 너나없이 한국우유 취급을 늘리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유제품 브랜드가 여럿이지만, 중국 유통업체들은 이보다 더 많은 브랜드를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공급자가 필사적으로 매달리지 않아도 수월하게 열릴 시장을 꼽으라면 현재로서는 유제품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하고 싶다.
‘식안세평(食安世平)’을 위해 중국정부가 최근 칼을 겨냥한 또 다른 산업은 보건식품이다. 보건식품기업들이 관공서로부터 생산허가만 받고, 위탁생산이라는 미명하에 다른 공장에 맡겨 보건식품을 생산하거나, 생산허가를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국내외 보건식품의 중국 OEM생산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법규 발표를 앞두고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짐작컨대 아마 이대로 확정되어 내년 1월 1일부터는 중국에서 OEM으로 생산된 보건식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간 하청업체 역할을 하며 좋은 시절 구가하던 보건식품 생산공장에게는 날벼락일 것이고, 보건식품이 이윤창출에 혁혁히 공헌을 하고 있어 재미를 보던 약국들도 대체품 찾기에 동분서주하느라 정신이 없어질 듯 싶다. 이런 변화는 외국 보건식품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책변화로 약국에서 우량 보건식품 공급업체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에 상당한 차질이 있기 때문에 약국마다 우량 보건식품을 발굴하려는 수요가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기회를 낳고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이 요즘 중국 식품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인 듯 싶다. 몇 년째 고질적으로 식품안전문제를 운운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이러한 위기가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한다는 현실에 위안을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