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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인터뷰] 조정래 <정글만리>속 中国을 말한다

[2013-10-05, 23:27:12] 상하이저널
[상하이저널 창간 14주년 특별인터뷰]
 
 
 
"한국과 중국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관계 이뤄야
참다운 우호선린의 공생과 공동발전의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
 
최근 두 달간 한국 서점가를 달군 <정글만리>, 상하이에서도 그 인기가 뜨겁다. 주재원들의 모임마다 화제의 소설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들어오는 지인들에게 주문하는 도서목록 1호다. 또 최근 한국서점 북코리아에 추가 주문이 들어오는 유일한 소설로 꼽힐 정도다.

교민들은 일단 소설의 배경이 중국이라는 것에 호기심 가득하다. 게다가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조정래 작가가 중국 이야기를? 그것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한국의 근현대사의 비극을 그려낸 그가 중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미국 등 세계를 무대로 한 경제소설이라니? 물론 이 소설은 경제적 측면에서만 중국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한중일 관계, 영토문제, 농민공문제, 공무원 도덕성 등 사회 정치와 중국문화도 보여 주고 있다.

상하이저널 창간 14주년을 맞아 <정글만리>의 조정래 작가(71)를 서면으로 만났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크게 반기지 않는 그가 상하이 교민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작품 집필에도 원고지를 이용하는 그는 서면 인터뷰 회신도 직접 자필로 보낸다.
 
네이버에 3개월 동안 매회 원고지 30장 분량씩 연재해 3615장짜리 소설 <정글만리>가 탄생했다. 이후 출판 두달만에 무려 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정글만리’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칙인 ‘정글’과 만리장성의 ‘만리’에서 온 것으로 중국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꼼꼼한 취재로 잘 알려진 조정래 작가는 소설을 위해  5~6년 동안 신문•잡지에서 중국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고, <중국 통사> 등 80여 권을 읽었다. 그 다음 중국에 8번 ‘취재 여행’을 다녀갔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중국에 관한 노트 110권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중국을 택했을까. 그리고 <정글만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소설가 조정래가 느낀 중국과 중국인,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 그리고 교민들에게 받은 인상과 유학생들에게 던지는 경고성 조언까지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설가 조정래가 본 중국과 중국인

 
-능동적인 중국인, 미래 삶에 대한 자신감 보여
-서양을 닮고자 하는 상하이의 무개성에 실망
-‘정치혁명’, ‘경제혁명’에 이어 ‘사회혁명’ 이룰 인물 필요

 
▶중국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의 두 번째 대하소설 <아리랑> 취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이 1990년이었습니다. 그때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은 이미 몰락하고 없었는데, 중국은 건재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그 세계사적 궁금증은 만주 취재를 며칠 하는 사이에 확실, 분명하게 풀렸습니다. 소련은 국민 전체가 혹독하게 굶주리고 있는데, 중국은 쌀이 남아돌고 상점마다 샴푸며 사탕 같은 것들까지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즉 먹을 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 전문용어로 ‘물적 토대의 차이’가 그 답이었던 것입니다.

중국의 그 풍요는 개혁개방 10년의 결과였습니다. ‘바로 이것이다! 10년의 결과가 이런데 앞으로 20년, 30년 후에는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중대한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 소설 소재이다.’ 그 깨달음과 함께 저는 새 소설 소재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줄곧 중국의 변화를 주시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0년 중국은 마침내 G2가 되었습니다. 그 세계적 사건과 함께 ‘그래, 이제 소설을 쓸 시기다!’ 저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국의 많은 도시(상하이, 베이징, 톈진, 시안, 광저우, 칭다오 등)들이 작품 속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신지.

역시 시안입니다. 긴 역사, 깊은 문화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안은 전체가 ‘중국의 역사문화박물관’입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경주 같은 도시인 거지요. 서부대개발도 좋지만 시안만은 개발을 지금, 여기서 멈추기를 중국 정부에 간절히 바라고 싶습니다. 그 값지고 소중한 문화유적들의 성실한 보존만으로도 시안은 머잖아 프랑스 파리 못잖은 관광수입을 올리는 세계적 보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하이는 어떠셨나요.

상하이에서 받은 인상? 글쎄요, 중국 발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그 숨막히게 솟은 고층빌딩들은 뉴욕의 그것들과 뭐가 다른가요? 그 서양을 닮고자 하는 무개성은 서울과 똑같은 아시아 도시들의 비극입니다.
베이징의 짝퉁시장에 걸린 ‘품질보증’이란 간판에 기가 막혔듯이, 상하이의 대로상의 소매치기를 당한 서양 노부부의 외침과, 그런 상황을 전혀 관심 쓰지 않은 수많은 행인들과……, 꽤나 황당했습니다. 그건 한국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전에 알고 계셨던 중국과 직접 경험하신 중국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셨는지.

중국이 그렇게 빨리 G2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10년에 G2가 된 것은 세계적 전문가들의 예상을 40년이나 앞당긴 것이었습니다. 그건 전 세계가 놀란 ‘기적’이 아니라, 전 국민들이 힘 모아 피땀 흘린 결실입니다. 우리의 경제 성취가 어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세력의 공적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응결된 힘의 산물이었듯이. 20년 전에 보았던 중국인들이 수동적이었다면 오늘의 중국인들은 아주 능동적이었습니다. 그건 현재의 삶에 대한 활력인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우리가 늘 역동적인 것처럼.
 
▶혹시 한국 매스컴 등을 통해 비친 중국 또는 중국인의 모습 중 가장 크게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 한가지만 꼽으신다면.

한국 매스컴을 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거의가 줄도산하고, 야반도주하며, 그 잘못은 중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신경 썼던 곳이 톈진과 칭다오 취재였습니다. 경제 발전-건강한 인플레-인건비 상승-고용조건 강화, 이런 변화는 어느 나라나 동일합니다. 매스컴은 가상적 애국주의에 젖어 우리 기업들을 편드는 오보를 해서는 안 되고, 중국과의 항구적 우호관계를 위해서라도 객관적 보도를 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이라기 보다 중국 사회와 정치적인 부분까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중 중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당에서는 듣기 싫어할지 모르지만, 고급 관리들과 당원들의 부정부패 척결과 빈부격차 해소가 중국의 가장 큰 문젯거리이고 급선무입니다. 그 두 가지 해결을 ‘사회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마오쩌둥이 ‘정치혁명’을 이룩했고, 덩샤오핑이 ‘경제혁명’을 이룩했다면, 중국은 이제 ‘사회혁명’을 이룩할 세 번째 인물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글만리> 마지막 부분은 주인공 한국유학생과 베이징대 여학생의 결혼으로 이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여러 분야에서 중국을 적나라게 치부를 드러내셨지만, 결국 한중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요.

<정글만리>에는 표면적 주인공과 내면적 주인공, 두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대광이 최전선에 나가 싸우는 전위대나 돌격대라 한다면, 그의 조카 송재형은 전대광이 닦아놓은 시장을 발판삼아 미래의 중국을 살아가야 할 한국사람입니다.
그래서 송재형과 리옌링이 반대하는 결혼의 난관을 뚫고 사랑의 완결을 이루어내는 것을 결말로 처리한 것은 한중 관계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들 두 연인처럼 앞으로 한국과 중국은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그래서 진정으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관계를 이루어내야만 두 나라는 참다운 우호선린의 공생과 공동 발전의 미래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의 대학생 젊은 세대들은 모두 송재형인 셈입니다.
 
 


“교민 여러분은 조국을 키우고 있습니다”

-주재원들의 비즈니스에 큰 감동
-자영업자들의 성실한 분투에 박수
-향후 한중 관계 20~30년 유학생들 손에 달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정글만리>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교민들의 반응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예, 네이버에 연재하는 동안 중국 주재원들이 올리는 댓글을 가끔 보았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오가는 상사원들이 꼭 사가지고 간다는 말들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저의 졸작을 애독해 주시는 교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중국 곳곳에서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을 만난 것으로 압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특히 상사원들의 최선을 다하는 비즈니스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하나같이 중국어를 능통하게 잘하는 것은 순전히 노력의 결과이고, 그게 다 상품을 팔기 위한 무장이라는 사실, 그 피나는 노력이 눈물겹고, 고마웠습니다. 일본·미국·독일·프랑스·이태리 등 모든 외국의 상사원들은 중국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는 거만과 태만을 비교해 보십시오.

그리고, 자영업자 여러분들의 성실한 분투에 박수를 보냅니다. 잘하실 것을 믿습니다. 소설 속에 왜 ‘하경만’을 등장시켰을까요? 그렇게 하면 크고 작은 모든 사업은 기필코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정글만리> 속 중국 상사원은 ‘전대광’이라는 인물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 글로벌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조정래 작가님이 모 인터뷰에서 한국 상사원들은 가족동반 부임으로 가족도 민간외교를 펼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상사원들의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이견도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부분이 없을 리 없습니다. 재능 있는 학생에게 무료로 가르치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레슨을, 재능 별로 없는 자기 자식 가르치기 위해서 레슨비를 몇 천 달러씩 올려놓는 것이 미국 이민 간 한국 어머니들이 한 짓입니다. 중국에서도 국제학교 교육비를 올려놓고, 사교육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많은 수가 아니었고, 소설에서 다룰 만한 비중이 아니었기에 전대광의 아내가 단체로 쌍꺼풀 수술을 하는 에피소드를 넣어 그런 문제를 상징하고자 했습니다. 이성적으로 자제, 자숙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소설에서 한국 유학생 ‘송재형’은 부모님과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전공을 바꾸는 투지를 보여줍니다. 실제 한국 유학생들은 어떠셨나요?

글쎄요, 유학생들……. 칭다오의 사장님들께 들은 말이 취재 기간 내내 귓속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4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더니 거의가 유흥비로 써버렸다는 것입니다. 젊으니 실수할 수 있고, 방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한 번’이어야 합니다. 유학생, 그들을 믿고 싶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정글만리> 속의 ‘송재형’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20~30년은 바로 당신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작품 속 베이징대 학생들의 외신기자 토론회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80后, 90后(80년대 90년대 출생)’로 불리는 중국 대학생들 중국을 G1으로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느껴지셨는지요.

중국 대학생들의 진지함과 자신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외신기자와의 토론회’는 그런 인상들을 종합해서 제가 상상력으로 꾸며낸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 국민들이 잘 살고자 하는 열망에 차 있는 것에 발맞추어 대학생들도 G1의 중국을 만드는 주역 역할을 충실히 하리라 생각합니다.
 
▶작품과 무관한 질문이지만, 조정래 작가님 지난해 대선기간 안철수 후원회장을 맡으시면서 당시 재외선거를 앞둔 교민들에게도 이슈가 됐었습니다. 여전히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시고, 현재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예, 그는 가장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가장 정치를 정직하게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후원회장을 맡았던 것입니다. 예,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대통령 후보에서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이제부터 ‘정치 경험기’, ‘정치력 배양기’, ‘정치적 시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계속 지켜보아야 합니다.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
내후년쯤, 파탄상태에 빠진 우리 교육문제를 1권짜리 장편으로 쓸까 합니다.
 
▶교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외국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민 여러분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외국의 삶은 그 고달픔과 외로움이 국내보다 몇 갑절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힘내십시오. 여러분께서 겪어내시는 나날의 힘겨움이 조국의 강건한 힘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조국은 여러분을 낳았고, 여러분은 조국을 키우고 있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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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4

  • 아이콘
    park0518 2013.10.07, 10:16:48
    수정 삭제

    와우~~ 상하이저널에서 조정래 작가님과도 인터뷰를 하셨군요!!!
    혹시 기회 되시면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만들어서 교민들과
    티타임이나 식사 자리를 마련 하면 꼭 참가하고 싶군요^^

  • 아이콘
    돌고래 2013.10.07, 20:00:59
    수정 삭제

    정말 대단하네요...
    국민작가 반열에 올라오신 양반 인터뷰 기사라...
    작가와 대회시간 같은 자리 생기면...진짜 대박일텐데요...
    잘읽었습니다..

  • 아이콘
    가누리 2013.10.10, 12:39:30
    수정 삭제

    상하이저널 특집은 항상 예상치 못한 풍요로움을 주네요^^ 조정래 작가님 말씀처럼 100년을 이어가기를 기원합니다.

  • 아이콘
    하늘사랑 2013.10.10, 14:50:44
    수정 삭제

    조정래작가님은 희망을 전하시는 분이네요. 글을 읽는 내내 책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상해에 있다는 것이 행운입니다.
    상하이저널 14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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