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6년
홍콩과 상하이에서 회사를 다녔던 나는 이곳 상하이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딸이 벌써 중2(G7)이 됐다. 외동딸의 학교 선택을 두고 남편과 의견차가 컸다. 결국은 나의 고집대로 국제학교를 선택했지만, 중간중간 아이의 성적, 행동, 반응에 따라 학교 선택을 두고 남편과 여러 차례 마찰도 발생했다.
형편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지만 한국학교와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국제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한국교육보다 교육방식이 창의적이다라는 기사를 많이 접했었고, 직접 경험한 선배 학부모들의 조언도 그랬다. 한국 아이들이 왕따를 심하게 시킨다고 것과 엄마들의 치맛바람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또 중국학교나 한국학교가 국제학교에 비해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아직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이기적이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선택일지 모르지만 아이의 특성과 나의 성격상 한국학교가 두려웠던 것 같다. 지금도 역시 국제학교만 고집하는 이유가 분명하다기 보다 학교를 옮기고 변화를 줄 용기가 없는 탓도 크다.
어쨌든 선택했던 국제학교는 생각대로 장점이 많았다. 아이가 독립성과 협동심을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 마음에 들었다. 또 다른 나라 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것도 국제도시인 상하이의 혜택을 누리는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도 아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해주는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도 쌓여갔다. 한국어를 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한국어 실력이 점점 떨어져 갔다. 쉬운 말도 영어 단어부터 불쑥 나오고, 초등 3~4학년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는 한국뉴스 앵커의 말도 못 알아들었다.
학교 특성상 영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수업을 쫓아가기 힘들어 한국어를 소홀히 했던 것이 시간에 비례해 걱정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실력을 학교성적표로만 알아차릴 수 있을 뿐 딸아이 영어와 학문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엄마인 내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 중 하나다.
가끔은 영어도, 중국어도, 한국어도 어느 것 하나 특출나게 잘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할 때도 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언어만이 아니라 여긴다. 지금 딸아이의 긍정적인 모습들, 학교선택이 아닌 아이의 특성으로 발현되는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자유로움 속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아이를 볼 때, 새로운 것을 마주해도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대할 때, 나의 선택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남편 앞에서 목에 힘이 들어간다.
▷장은성
(3살부터 7살까지 한국유치원을 다니다, 푸둥 SMIC에 입학해 현재 7학년 재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