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6시 홍커우 경기장 주변에는 상기된 얼굴의 관중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지성 자선경기인 '제3회 아시안 드림컵' 관람을 마친 2만3000여명의 관중들은 경기 막바지에 쏟아진 폭우에도 침착히 대응하며 귀가를 서둘렀다.
가족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상하이 교민들은 한국 최고 축구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경기를 관람하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보였다.
반면 박지성을 비롯한 유럽파 축구선수들 등장에도 불구하고 유재석 등 런닝맨팀과 월드스타 싸이의 인기를 더 크게 실감했다는 축구팬들은 경기 내내 응원 보다 연예인을 향한 환호가 더 컸던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 관중 수가 절대적인 경기로 기록될만큼 대부분의 관중들은 '축구'보다 스타와 공연에 더 큰 비중을 둔 '축제'였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 드림컵'이 쓰촨 지진 피해지역을 돕는 자선경기인 만큼 축구스타와 인기 연예인들이 총출동해 관중 동원에 성공한 것에 큰 박수를 보냈다.
상하이를 뒤흔든 한국 선수단과 런닝맨 스타들의 인기
푸둥공항 도착부터 경기 당일 축구장까지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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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작 전 경기장 일대의 모습 |
23일 오후, 박지성의 JS파운데이션이 주최한 ‘제3회 아시아 드림컵’ 축구경기가 있었던 홍커우 경기장은 쏟아지는 폭우와 관중의 함성소리에 잠겼다.
박지성 자선경기를 찾은 관중은 총 2만 3000여 명으로 올해 홍커우 축구장의 최다 입장 관객수를 기록했다. 또 홍커우 축구장에서 개최된 축구 경기 사상 가장 많은 여성관객이 입장했다고 연조도시망(燕赵都市网) 등 중국언론은 밝혔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팀들에 대한 중국 현지인들의 인기와 환호는 상상 이상이었다.
박지성, 기성용, 지동원, 이청용 등 굉장한 몸값을 자랑하는 한국의 유럽파 축구 선수들 외에도 중국 축구 올스타로 뽑힌 판츠이 선수 역시 유재석 등 런닝맨팀 이름을 외쳐대는 중국 팬들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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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출전한 김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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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선수들을 보며 환호하는 중국 팬들 |
축구는 어디에...
스타들에 묻힌 축구경기, 축구팬들 아쉬움
관중들에게 반가움과 웃음을 안겨준 런닝맨팀은 반가웠지만 소녀팬들의 함성소리가 커질 수록 축구팬들의 아쉬움도 커져 갔다.
유럽파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상하이에서 직접 관람하길 원했던 한국 교민 중에는 경기의 긴장감을 방해하는 연예인의 잇단 등장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경기 결과에 대한 허탈감은 중국 축구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하이 선화(申花)팀의 열성팬인 한 중국관객은 "이건 마치 한국 홈그라운드 경기"라며 "한국의 주도적인 플레이에 비록 0:2로 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판츠이의 모습을 본 것으로 만족한다"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또 이날 경기장 내 LED 전광판을 작동하지 않아 확대화면과 하이라이트 장면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경기내내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교민들은 선수들 플레이는 물론 경기 내용도 자세히 볼 수 없어 올스타가 출전했지만 정작 선수 분간도 되지 않는 재미없는 경기였다고 털어놓았다.
'축구'하면 응원을 빼놓을 수 없는 한국 교민들은 응원이 빠진 싱거운 분위기에 허전함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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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드는 중국 수비선수들 사이로 패스를 노리는 박지성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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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수와의 몸 싸움에서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 기성용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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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월드스타 싸이
소녀팬, 축구팬, 한국인, 중국인 모두가 한 목소리로 '강남 스타일!'
관중 동원에 성공요인은 무엇?
이번 행사는 경기시작 전부터 한국 교민은 물론 중국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연일 화제였다.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도 2만3000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막바지에 쏟아진 폭우 속에서도 관중들은 준비해온 우비와 우산을 펼치며 침착하게 끝까지 경기를 관람했다.
교민들은 최근 몇년 새 상하이에서 개최된 한국관련 행사 중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를 제외하고 관객 동원에 성공을 거둔 이례적인 행사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축구 스타 판츠이와 상하이 축구팀 선화 선수들로 중국 축구팬을 끌어들였으며, 아이돌 가수 EXO-M, 월드스타 싸이, 런닝맨의 위력은 현지 팬들까지 관중으로 흡수하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을 비롯한 유럽파 축구선수, 싸이, 유재석 등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연예계 각 층의 톱스타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이처럼 스타들을 총 출동해 모두가 즐거워하는 '축구'와 '공연'으로 축제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이번 박지성 자선경기에 남녀노소 국적불문하고 다양한 관중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힘이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매년 아시아 축구 꿈나무를 위해 자선경기를 펼치고 있는 JS 파운데이션은 올해 상하이 경기 수익금 20만위안(한화 3800만원)을 쓰촨 지진 피해 지역에 기부했다. 2011년 베트남, 2012년 태국에서 열린 박지성 자선경기의 수익금은 해당 국가의 청소년 축구발전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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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선경기의 수익금 20만위안은 쓰촨 지진 피해지역 복구에 쓰일 예정이다. |
▷손현아 기자
사진/장창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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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대단해요.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좋은일까지.. 존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