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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3년만의 이사

[2013-06-07, 19:51:22] 상하이저널
제목 그대로 3년 만에 이사를 했다. 2007년 상하이에 온 후로 집집마다 다른 인테리어와 새로운 동네를 만나는 재미에 5번의 이사를 한 셈이다. 그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홍메이루 집에선 3년씩이나 살았다. 꽉 차게 3년을 살고 나니 새로운 동네가 궁금해져서 이사 계획을 세웠다. 그 동안 임대가격은 지칠 줄 모르고 올라 살던 집의 임대료로는 동네에 따라 집 평수가 달라졌다.

살던 집의 평수대로 가려니 못해도 3000위안은 올려줘야 했고 살던 가격대로 가려니 방 하나가 줄어야 했다. 방 하나를 줄이는 걸로 결정하고 짐을 정리했다. 상하이 살면서 크게 늘린 짐은 없었지만 참 오랫동안 갖고 있던, 꼭 필요하지 않은 게 많았다. 의미를 붙이자면 종이 한 장도 버리기 힘든 성격이다 보니 큰 맘 먹고 짐을 정리해야 했다. 다행히 깨끗하게 잘 쓰고 잘 모셔둔 것 들이라 가까운 지인에게 드리기도 하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도 했다.

마음에 드는 동네를 몇 군데 정하고 동네에 자리 잘 잡힌 아파트를 물색하고, 믿음이 가는 부동산에 연락처를 남겨두었다. 그런데 방을 보자는 전화는 드문드문 오는 것이다. 한 번의 이사를 할 때마다 최소 16군데 이상의 집을 본적도 있는데 이번엔 모두 열 군데를 못 본 것 같다. 중국의 양도세법 영향으로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니 임대물은 당연히 적어지는 상황이었다. 3년 살았던 홍메이루(虹梅路) 방동도 집을 내놓다 보니 연장도 힘들고 다른 임대물이 적다 보니 이건 부동산 전화를 받자마자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이미 열쇠를 쥐고 나오는 다른 이의 뒷모습을 구경하는 일이 생기는 거다.

가전가구도 없는 휑한 집을 보여주면서 계약을 하면 원하는 것을 사다 주겠다거나 적당한 집이 나와서 이런저런 걸 더 해 줄 수 있느냐고 하면 말했던 커튼이며 보충가구, 페인트칠을 다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2000위안을 더 올려 받아야겠다고 말하질 않나, 계약하자고 만났더니 관리비는 물론 6개월 치 집세를 미리 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더 불편했던 건 내가 방문한 부동산이 아닌 부동산서도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해대는 것과 기준없는 임대료였는데 로컬임대가격도 3년 전에 비해 2000위안은 평균적으로 오른 상태였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아는 시점부터 로컬가격에서 1000~2000위안이 더 오르는 거다. 어떤 방동은 한국인을 꺼리는데 너무 까다롭다는 게 이유였다. 집 깨끗하게 쓰는 한국인이라 좋다던 시절은 다 지나간 것인가.

가장 황당했던 것은 부동산과 내일 만나 계약을 하기로 하고는 늦은 밤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약속장소를 문자로 보낸 것인데 만나기로 한 장소와 다른 곳, 다른 시간이었다. 더 이상했던 건 부동산에 늘 ‘진(金)샤오졔’라고 이름을 남기는데 이 문자는 본명 석자를 떠억 하니 써 놓은 게 아닌가! 내 이름을 어찌 알아냈을까? 통화를 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 목소리를 확인하려는 듯 몇 번의 ‘웨이~?’ 소리를 듣고야 대답을 한다든지 통화를 했던 직원이라는데 억양이 분명 달랐다.

이번 이사는 이상하리만큼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큰 사고 없이 지냈던 그 동안의 중국생활에 다시 한 번 긴장의 끈을 조이는 계기가 되었으니 놀란 가슴을 뭐라 말할까. 이사는 했다. 늘 이사를 도와줬던 이사 업체와 바가지 없이 로컬가격의 포장이사로 깨진 그릇 하나 없이 잘 왔다. 수수한 스타일의 방동을 만나 힘든 점도 없었고 이제 어수선했던 마음만 정리하면 되는 시간. 가장 까다롭고 힘들게 한 3년만의 이사였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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