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빅데이터가 바꿔놓을 중국 경영 모델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유통업체 타깃(Target)매장이 한 고등학생에게 임산부에게나 필요한 쿠폰을 배송했다. 학생의 부모는 그것을 받아들고 우리 딸을 뭘로 보고 보냈냐며 노발대발하다가 급기야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그 학생이 정말로 임신 중이었던 것이다.
과연 어떻게 알고 바우처가 배송되었을까? 이 모두가 빅 데이터(Big Data) 분석결과 때문이다. 그 학생의 구매패턴 등 행동정보가 임산부의 행동패턴과 꼭 들어맞았던 것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국세청이 납세자들의 행동패턴을 읽고 그중에서 사기패턴과 유사한 행동을 추출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각종 탈루내역을 캐낸 결과, 연간 3천억 달러가 넘는 탈세를 막아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화다.
과거 산업사회의 석유에 비유될 만큼, 빅데이터가 미래사회에서는 기업에게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빅데이터란 단순히 많은 양의 방대한 데이터가 아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로, 이름, 나이, 주소 등 정형화된 정보보다는 구매내역, 접촉한 사람들 등 비정형화된 정보가 더 가치있게 평가된다. 중국에서도 빅데이터를 꽉 틀어쥐고 있는 기업들이 과거와는 다른 사업모델을 내놓으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에서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한 사기업은 단연 알리바바다. 산하에 여러 B2C, C2C사이트를 갖고 있으면서 소비자 구매정보를 장악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초보적이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제품개발단계부터 개입하는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2010년 말 알리바바 산하 텐마오는 옥스(ACUS) 에어컨과 함께 소비자 참여형 제품 개발방식을 시도했었다. ‘만인의 공동구매’라는 이벤트를 열어, 두 종류의 옥스 에어컨 모델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다수의 표를 얻은 모델이 이틀 동안 1만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실감한 알리바바는 올해 사용자 맞춤제작 제품으로 총 50억 위안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맞춤제작이라는 말만 들으면 기성품보다 더 비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는 대량 맞춤제작이고 주로 예약판매를 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재고부담과 창고비 등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로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도박하듯 제품을 개발하고, 잘 되면 좋고, 안되면 쪽박차는 상황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IT, 전자분야에서 소비자 맞춤 제작 움직임이 활발하다. 타오바오는 인텔, 레노보, 아수스, 타이뎬, 중싱과 함께 대량 맞춤제작 이벤트를 개최했고, 텐마오는 하이얼과 맞춤제작 이벤트를 열어 이틀동안 1만대가 이틀만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화웨이는 타오바오와 협력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제품, MATE 휴대폰을 출시했다. 화웨이의 취청둥(餘承東) 총재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통적인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전자상거래 협력업체들에게 인터넷을 활용해 소비자들을 주동적으로 끌어들이고,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그간의 상식을 뒤엎는 결과를 내놓았다. 과거에는 대형 액정폰을 사용하는 여성 소비자가 남성보다 적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 조사결과 여성 소비자 중에서 특히 화이트칼라 여성들이 초대형 휴대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큰 화면이 휴대폰 소지자의 얼굴을 더 작아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3000위안 이상 가격대의 휴대폰을 구매한 여성소비자가 다른 가격대에서보다 최소 10% 이상 많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말처럼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빅데이터를 경영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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