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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전학 1

[2013-03-29, 18:42:29] 상하이저널
우리 아이들은 모두 겨울에 태어났다. 난방이 안되는 상하이인 관계로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이 아이들의 나이 고대로 중국에서 살았다. 해외에서의 삶이 부모의 선택이었던 관계로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모국어 교육에 최우선을 두는 교육을 하였다. 거기엔 해외에서 오랜 산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조언도 한 몫 하였다. 어찌 되었든지 그 아이가 그 나라의 원어민이 되려면 최소 3학년의 교육은 마쳐야 한다 조언하셨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망설여지는 한 부분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혹여 나의 글이 올바른 것처럼 내가 써내려가지 않을까 싶은 염려랄까. 절대 그렇지 않음을 밝혀 둔다.

내가 아는 분은 아이를 중국학교, 국제학교를 보내면서도 한글이 전혀 뒤처지지 않게 잘 하고 계시는 분들 여럿 있다. 그냥 나는 여느 엄마처럼 아이들의 엄마로 내 아이의 기질과 해외에서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가운데 최선을 다하려 했고 혹 나와 같은 교육관을 가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더불어 전학을 앞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4학년이 된 큰아이는 성실했다. 중국어는 선행을 안 한 탓에 한국학교에 입학 시 가장 낮은 레벨에서 중국어를 시작했다. 4학년이 되니 제일 높은 반 아래에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의 입에선 가끔 왜 우리가 중국에서 살아야 되느냐? 한국 가면 안되느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되어 중국에서 사니 뭐가 불편한데 물었다. 처음엔 단순한 답이 오고 가다 아이가 그런다.

“엄마 나는 누가 나한테 중국에서 몇 년이나 살았느냐?” 묻는 게 싫단다.

자기 나이만큼 살았다 대답해야 하는데 자신의 중국어 실력은 형편 없단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한국 커뮤니티에 거주하며 중국어가 익숙지 않은 이 아이에게 언어는 중국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였던 것이다. 그 때부터 아이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우리 큰아이가 입학을 하려고 시도하던 시기부터 중국 로컬 학교의 입학문이 좁아지기 시작했던 듯 하다. 4학년으로 입학하며 1학년 과정 한두 권으로 한 달만에 한 중국어가 무슨 준비였겠는가? 영어와 수학 성적이 괜찮아서인지 학교에서는 경험상으로 큰 아이를 합격시켜 주었다. 중국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아닌 3월 학기(한국학제로)에 입학하다 보니 2월 초에 개학을 맞았다. 입학 시험이 끝나고 춘절이 지나자 마자 방학이랄 것도 없이 개학이 되니 아이나 나나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아이는 중국학교만 가면 무조건 중국말이 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첫날부터 선생님 말이 들리지 않은 큰 아이의 충격은 첫 학기 내내 그랬다. 푸다오를 구해 숙제를 돕게 하고 나 또한 예습을 도우며 단어 찾아 주고 하면서도 실제 학교에 가 수업을 해 내야 하는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나 보다. 아이가 눈을 깜박이는 틱장애를 갖게 되었다. 마음이 아파 새벽에 깨어 울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잘한 건가? 어문 실력이 많이 딸림에도 수학과 영어 성적이 그래도 괜찮아 버텨가는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다행히 전쟁 같던 한 학기가 끝나고 긴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이 방학동안 아이의 틱장애는 없어졌다. 개학을 하고 돌아 온 첫날 아이의 환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 말이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를까 내심 걱정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공립 로컬학교를 다닌 우리 큰아이. 냉난방도 안되고 한 겨울에도 언 손을 불어가며 중국 전통 화장실을 청소했다. 편애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공부를 잘 하는 반장인 중국 친구의 겸손한 모습과 섬김을 보며 생각이 세 뼘 자랐다. 2년이 안되는 중국학교의 졸업을 하던 날, 아이의 눈에 글썽이던 눈물이 기억난다. 감사하게도 친구들과 헤어지는 걸 아쉬워하는 눈물이었으며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중국어가 는 것에 대한 감사와 잘 견뎌낸 자신이 대견한 듯한 복잡한 마음이 섞인 눈물이었음을 나는 안다.
 
“엄마, 저를 중국학교로 전학시켜 주시고 경험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길 잘 한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으며 나 또한 감격했지만 큰아이와 함께 전학을 하며 맞이했던 시간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전학을 하려면 준비를 해야 된다. 뼈 아픈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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