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SLO가 중국판 QE?
미국, EU, 일본 할 것 없이 시중에 돈을 더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화폐 윤전기를 쉴새없이 돌리고 있다.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넘치는 유동 성이 자칫 더 큰 재앙의 단초가 될 수도 있어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처럼 중국도 경기부양 방책을 찾느라 머리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화마를 피해보려고 앞뒤 안재고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가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몇 년을 골치 아파본 중국으로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것을 교훈삼아 통화정책을 되도록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하긴 중국은 물가가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통화정책을 보수적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유동성 규모를 알수 있는 M2(광의통화)가 중국은 2011년 말 기준으로 자국 GDP의 1.9배(한국 1.4배, 미국 0.9배)에 이르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경제규모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기 때문에 물가가 수시로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전문 사이트 허쉰왕이 중국의 주요 증권사 연구소 소장을 대상으로 올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가 올해 중국의 통화정책이 비교적 온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정한 수준으로 통화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18%에 불과했다. 금리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처럼 올해는 금리나 지준율 조정보다는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유동성 조정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중국정부는 지준율과 금리를 두 차례씩 인하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금리나 지준율 조정수단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공개시장조작방식인 역RP거래를 통해 수시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도 역RP거래가 주요 통화정책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유동성 공급을 위해 SLO(short-term Liquidity Operation, 단기 유동성조작)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LO는 7일물로 단기나 초단기 유동성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인데, SLO방식을 사용하면 훨씬 세밀하게 시장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어 유동성 조정이 보다 정확해지고 변동폭도 줄어들게 된다. 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제는 SLO가 시중에 자금을 푸는 주된 수단이 되다보니 이것이 중국판 QE(Quantative Easing, 양적완화)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예년에 비해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여하튼 올해도 중국 통화정책의 가장 큰 변수는 물가가 될 것이다. 물가가 아직까지는 안정세이고 올 한해 비교적 원만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중국은 태생적으로 물가불안을 안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안심해서는 안된다.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조정하려는 중국정부의 현 조치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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