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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폭죽과 나

[2013-02-21, 13:30:01] 상하이저널
중국에 처음 와서 몇 해는 설마다 한국을 갔더랬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겨울짐이 부담되어 건너 뛰며 한국을 다녀오게 되었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春节)의 폭죽의 위력을 처음 접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잠자던 아이의 귀를 막고 내 귀를 막고….

어디 그뿐이랴, 아파트 단지 안의 상가 점포에 새 가게가 오픈하면 어김없이 폭죽놀이가 이뤄졌다. 3층이던 우리집 베란다 안으로 폭죽 파편이 날아와 빨래에 구멍을 낸 적도 있었다. 3년 주기로 타향살이가 일으키는 향수병은 폭죽이 터지는 날이면 극에 달했다. 이방인인 내 눈에 중국인들의 폭죽 문화는 그저 위험하고, 시끄럽고 여기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상하이 거주하며 넓은 정원이 맘에 들어 조그만 텃밭을 한귀퉁이에 만들고 상추며 깻잎, 딸기 등을 길러 먹었다. 땅이 좋아서인지 깻잎은 내 키만하게 자란 것도 있었다. 겨울이 되니 앙상한 갈색 깻잎 줄기들의 처리가 문제였다. 남편과 함께 깻잎 줄기를 다 모아 쌓아두니 꽤 되었다. 정월대보름, 상해에서도 폭죽놀이의 정점인 날이다. 문득 어릴적 대보름에 쥐불놀이 하던 기억이 났다. 남편과 나는 폭죽놀이에 맞춰 우리도 대보름을 즐기기로 했다. 바짝 마른 깻잎 줄기에 불을 놓아 올해의 땅을 위해 거름도 만들고, 폭죽도 대항하고…. 역시 한국의 대보름 문화는 우리의 향수병을 달래 주었다.

그 때 깨달았다. 나의 쥐불놀이 문화처럼 이들의 폭죽놀이가 처음으로 그들의 전통놀이로 다가왔다. 3년 전부터 우리 가족도 춘지에 직전 곳곳에 설치되는 폭죽 판매소에서 폭죽을 구입했다. 현지인이 아닌지라 하늘에서 아름다운 것들로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구입했다.

높이 솟구치는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길래 첫 도전엔 5층 높이로 올라가는 폭죽을 목표로 잡고 구입했건만 8층 높이로 올라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 온 가족이 불을 붙이고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의 첫 구입 폭죽은 잘 보지 못했다. 지금은 여유 있게 가까운 이웃까지 불러 함께 폭죽을 쏘아 올리고 아름다운 불꽃을 구경하곤 한다.

최근 뉴스에서 심각한 베이징의 스모그 이야기를 접한다. 대기를 더 탁하게 만드는 폭죽놀이도 제한할 거라는 것도 함께. 환경문제가 중국의 전통놀이에도 변화를 줄 모양이다. 그래 우리 가족도 올핸 남이 쏘아 올리는 불꽃을 구경만 하기로 했다. 차를 몰고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정차하고 온 가족이 아름다운 불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이제야 이방인인 우리가 중국의 폭죽문화를 이해하고 즐기고 있다.

섣달 그믐에서 새해 아침으로 넘어가던 올 설날. 우렁찬 폭죽소리에 맨 먼저 커튼을 젖히는 날 본다. 남편과 함께 하늘에 수 놓은 불꽃을 좇으며 한참을 봤더랬다. 온 사방이 불꽃이다. 내 남편의 눈동자에도, 내 아이들의 눈에도 불꽃이 피어 있다. 다섯 가족의 얼굴엔 그보다 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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