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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관계 맺음의 리뉴얼

[2012-12-17, 08:00:00]
비슷한 학년으로 구성된 여러 그룹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같은 내용의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내용으로 처음 강의를 할 때는 마음이 설레고 학생들 반응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표정이나 몸짓, 분위기가 보여주는 비언어적인 피드백이 민감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내용의 강의를 두 세 번 정도 반복할 때는 이 전에 받은 피드백을 반영하여 강의 내용도 더 풍부해집니다. 네 번, 다섯 번 반복하다 보면 강의 속도에도 탄력에 붙어 처음보다 강의진행도 빨라집니다. 하지만 갈수록 피드백에 대한 반응은 무뎌지고, 강의 내용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곤 합니다.

좋은 교사는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지만 훌륭한 교사는 배우는 일을 사랑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A good teacher has a love of teaching. A great teacher has a love of learning.) 가르치는 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꺼내는 일이지만 배우는 일은 내게 없거나 내가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때문에 가르치는 것도 잘하지만 배우는 것도 잘하는 교사가 되려면 내가 가르치는 내용 중 고치거나 더 가다듬을 부분은 없는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 내가 알아두어야 하는 건 없는지, 끊임없는 호기심과 좋은 관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르치는 일이 관성적인 습관처럼 굳어져,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딱딱한 비늘이 되곤 합니다.

학생이나 자녀교육에 대한 좋은 지침서들을 읽어보면 교사나 부모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좋은 관찰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조언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예를 들어 Carol Dweck 교수의 책 Mindset에서는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주의를 기울이고 그 노력을 칭찬하라는 충고가 나옵니다. (Pay attention to what your children are fascinated by and praise them for their effort.) 이 간단한 조언도 자세히 살펴보면 즉각 실천 가능한 게 아니라 의식적이고 꾸준한 관심과 관찰이 전제되어야 실천 가능한 일입니다.
첫 번째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이는 아이의 관심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때 간섭과 관심은 다릅니다. 간섭은 아이의 취향이나 의사를 부모가 통제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이지만, 관심은 아이의 주도력을 존중하면서 필요할 때 피드백을 주는 일입니다. 한두 살일 때는 아이의 모든 행동반경이 부모의 통제와 관심의 반경 안에 있어 아이를 파악하기 쉬운 편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공교육과 사교활동에 참여하면서 행동반경은 부모의 시야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흡수하며 빨리 성장하고 변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노력을 칭찬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이미 성취한 것, 즉 결과를 칭찬하는 건 쉬운 일입니다. 상승된 점수, 받아온 상장, 개선을 보여주는 성적표가 증명하니까요. 하지만 노력을 칭찬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투자한 시간이나 견뎌낸 고충과 인내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관심과 꾸준한 관찰이 결여된 칭찬은 마음을 두드리지 못하는, 빈 격려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교사의 입장으로 돌아가보면, 매 년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비슷한 학습안, 비슷한 화두로 씨름을 하다 보면 어느새 가르치고 훈계하는 게 관성화 되어버린, 낡은 교사의 껍데기를 입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을 케이스 별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정형화된 진단을 내리는 게으른 사고를 발견하면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초심이 아름다운 건 단지 열정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든 배우고 흡수하려는 열린 사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그리고 가르치는 내용과 관성적인 관계를 맺는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관심과 꼼꼼한 관찰력으로 다시 만나고 배우려는 “리뉴얼된” 마음가짐이 나의 지식과 경험을 계속 넓은 바다로 흐르게 할 것이라는 것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상기해 봅니다.

▷김아림(SETI 종합학원 영어과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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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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