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 낮은 문화의식에 도내 문화재 ‘수난시대’
“고인돌에서 밥을 먹지를 않나, 고분에서 미끄럼 타지를 않나, 매일 지켜볼 수도 없고 골치 아파 미치겠습니다.”
고분으로 둘러싸인 함안·창녕박물관은 꼬마 관람객만 오면 감시하기 바쁘다. 특히 폭설이 내린 지난 6일 이후 며칠동안은 눈썰매장을 방불케 했다.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가까운 박물관·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문화의식은 아직 낮아 이처럼 문화재와 예술작품을 훼손하는 일이 도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십 개의 고분으로 둘러싸인 함안·창녕박물관은 ‘미끄럼 타기’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안내방송을 하거나 관리인이 일일이 내쫓는 상황이 벌어진다.
창녕박물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포대를 들고 와 미끄럼을 타는 바람에 고분 한쪽에는 꼬불꼬불 길이 나 있고 어떤 곳은 움푹 팬 곳도 있다”며 “부모가 말려야 할텐데도 아이들을 꾸짖으면 되레 아이편을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김해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인 고인돌에서는 더 황당한 일이 펼쳐지곤 한다. 고인돌 팻말이 버젓이 있는데도 그 위에서 도시락을 먹고 음식물을 그대로 흘려놓고 가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계자 “부모가 모범 보여 문화의식 바꿔야”
박물관 관계자는 “매일 같이 지켜볼 수만 없는 상황이라 ‘식사 장면’을 볼 때마다 일일이 꾸짖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창원 상남동 고인돌 공원도 사정이 비슷하다. 고인돌 공원이란 푯말이 있지만 시민들이 무심코 던진 쓰레기가 군데군데 발견된다. 책임기관이 일일이 청소를 하지만 매일 쓰레기가 나돌기는 마찬가지.
이모(38·창원시 상남동)씨는 “창원 상남동 상업지구 중심가에 있어 시민들이 유적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왠지 우리 문화재가 천대받는 것 같아 쓰레기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해박물관 근처에 있는 연지공원은 예술조각품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은 연지공원은 유명작가의 조각품을 만날 수 있는 조각공원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조각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같은 글씨들이 곳곳에 적혀 있어 마치 낙서판과 같다.
주말에 이곳을 찾은 채모(30·마산시 석전동)씨는 젊은 연인들이 왔다 갔다는 표시와 같은 이름과 하트가 남겨져 있어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재나 예술작품을 많이 보고 얻어 가는 것에 앞서 문화의식부터 바꿔야 할 때”라며“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