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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 길을 나서다 - ➅ 金山 농민화마을

[2012-03-09, 23:48:18] 상하이저널
일상의 순간이 알록달록 색깔의 그림으로 피어나는 곳 ‘金山 농민화마을’

무언가 특화된 한가지만 생산하거나 한가지만 파는 거리는 많고도 많다. 그런 곳은 전문적인 느낌을 풍겨 신뢰를 주기도 하고, 지나치게 상업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게 만들지만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도 차 거리, 종이 마을, 버섯 마을, 문방사우 거리, 꼬치 거리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긴 여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 짧은 치마만 입고 사는 소수민족 마을까지 제목이 주는 강렬한 호기심 때문에 찾곤 했다. 이러다 들은 농민화(农民画) 마을, 인구 2000만 상하이 근교에 첨단 테크놀로지 마을이 아니라 그림 그것도 농민화라니… 별 것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면서도 이름이 주는 소박하면서도 예술적인 느낌에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
상하이 시내에서 60여 킬로 떨어진 진산촌(金山村)농민화 마을-정확히는 상하이 진산구(金山区) 펑징현(枫泾县) 중공촌(中洪村)이다–은 누구나의 생각대로 그림 잘 그리는 농민들이 농민, 농촌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그리며 모여 사는 마을이다.

진산 농민들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수 천년 전부터 한가한 농한기가 되면 그림 잘 그리는 농부들이 소일 삼아 그림을 그렸을 것이기에 그 역사는 오래 됐겠지만 중국에서 농민화가 민간예술의 한 분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었다. 1950년대 대약진 운동 시기에 농민들에게 벽에 혁명정신과 생산력 증대를 고취시키는 그림을 그리게 하면서 시작되었고, 선명한 색채와 간결한 표현의 이런 그림들은 60년대 들어서면서 종이로 옮겨와 하나의 분야로 자리잡기 시작하며 전국 10여 곳의 마을이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농민화로 주목 받게 된다.

2005년 특화마을 조성, 작품 전시•판매
진산 중홍촌 역시 1960년대 이 마을에 사는 그림 좀 그린다는 몇몇 농민들이 염색, 자수, 목각공예, 종이자르기 등 강남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공예 기술과 색감을 그림에 접목해 그리면서 독특한 지방색이 풍기는 농민화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 진산 농민화는 중국 전역의 농민화 중에서도 강남 지역의 부드러운 자연 풍경과 농민들의 생활을 담아내며 간결한 구도와 유치할 만큼 화려한 색채를 자랑한다. 그렇게 입소문으로 알려지다가 2005년부터 특화마을로 꾸며졌고, 2008년에는 진산 농민화 화가들뿐만 아니라 길림, 섬서, 산동, 운남, 청해, 강서, 강소, 호북, 대련 등 중국 각지에서 온 농민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다.

즉석 초상화에 체험수업까지
상하이 주변에 수향 마을처럼 고즈넉하지는 않지만 봄이면 유채꽃과 봄 꽃들이 지천에 피고,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냄새는 나지만–개울 주변으로 녹색잎이 무성하고, 푸른 빛이 도는 기와와 대비되는 하얀 담벽에 그려진 강렬한 색감의 소박한 그림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림을 그리며 판매도 하고, 즉석에서 초상화도 그릴 수 있고, 체험 수업도 한다. 집집마다 각기 다른 마을에서 온 농민화가들이기 때문에 그림풍이 다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그림을 사던 사지 않던 집집마다 천천히 다 둘러보는 것이 좋다. 강렬한 색감이나 농촌을 주제로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지역마다 색감이나 느낌, 표현방법이 다르니 보며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물론 그림 파는 가게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 있는 분들은 나름 자부심이 강하니 다른 집과 그림을 비교하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니 주의해야 한다.

자연스러움… 소박… 친근감
특화된 마을, 정부가 주도한 마을이니 소박함, 자연스러움은 적다. 어쩌면 입구에 딱 섰을 때는 관광지화 된 느낌이 나서 실망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상하이에서 1시간 정도 밖에 안떨어졌는데 오지 깡촌을 기대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중국의 민간회화를 볼 수 있는 특화된 마을이니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마을은 크지 않지만 구석 구석 벽화를 구경하거나 가게 마다 들어가 그림 구경을 하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복잡하고 심오한 주제를 대단한 기교로 표현한 그림이나, 멋진 조명과 조용한 분위기의 갤러리에서 보는 그림도 좋지만 이렇게 자연에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그림을 보는 것 또한 즐겁다. 소풍처럼 산책처럼 낙서를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그림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재미난 순간과 주제, 어릴 적 아련한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일상의 순간들,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만큼 강렬하고 단순한 색감, 딱딱하고 무딘 것 같은 터치의 그림들은 그래서 더 친근감이 들고 배시시 미소 짓게 만든다.

▷박지민(번역가, 여행가 jamani@hanmail.net)


<가는 방법>
-교통이 애매한 편이다. 자동차가 있으면 후항(沪杭)고속도로 A8구간을 달리다 펑징(枫泾) 출구로 나와 표지판을 따라 2분.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상하이체육장에 있은 관광버스터미널(上海旅游集散中心)에서 1일 투어가 있다. 3월에는 매주 토요일 8시에 출발 오후 5시경에 돌아오며 100위안(입장료, 교통비). 4월 이후부터는 편수가 늘어난다니 확인 할 것. 시간이 있다면 근처 펑징구쩐(古镇)도 돌아보자.
-진산농민화마을 입장료 30위안. 펑징구쩐입장료 40위안.
-마을 안에 식당도 있고, 여름에는 몇가지 수상놀이도 있다.
▶주소: 上海市金山区 枫泾镇朱(家角)枫(泾)公路1599号(中洪村十四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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