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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표의 차이나워치] 김치는 파오차이(泡菜)가 아니다

[2012-02-02, 10:37:00] 상하이저널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수산식품 수출에 있어 가장 큰 효자 품목은 막걸리였다. 막걸리 수출금액은 5280만 달러로 전년도 1910만 달러 대비 176.4%나 급증했다. 김치, 파프리카, 우유조제품 등 전통적 수출품목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막걸리의 최대 수출시장은 일본이지만 중국 역시 급성장하는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인, 일본인들까지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 막걸리가 중국에 막 들어왔을 때 중국어 이름은 ‘한국 미주(米酒)’로 불렸다. 문제는 중국 전통주 중에도 미주란 술이 있어 혼동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미주는 낮은 알코올 도수에 쌀로 만든 술을 지칭하는 일반명사이다. 하지만 술을 빚는데 사용하는 발효제(누룩)가 달라 전체적인 맛과 향에 있어 막걸리와 미주는 큰 차이가 있다. 외형상으로도 막걸리보다는 식혜와 비슷하다.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과 감칠 맛 역시 미주가 따라오지 못한다. 더구나 미주는 시골사람이 마시는 싼 술로 인식되어 고급 이미지의 술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에서 막걸리를 한국의 미주라고 중국 사람에게 소개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중국인이 느끼는 싸구려 미주의 이미지가 아닌, 한국고유의 술인 막걸리 그 이름 자체로 진출해야 한다. 중국시장에서의 소비를 키우려면 이름부터 제대로 불러야 한다.

시도는 있었다. 지난해 9월 막걸리의 중국어 이름이 ‘米酒’가 아닌 ‘瑪可利(마커리)’로 통일되었다. 이동주조가 중국에 등록한 막걸리의 중문명칭 ‘瑪可利’를 정부, 공공기관, 막걸리 수출협의회 25개 회원사간 ‘상표권 공동 사용계약’을 맺으면서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음식점에서는 한국 미주로 불리고 있고, 상표 라벨링 역시 회사마다 제각각인 채 팔리고 있다.

중국과 종주국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김치 역시 이제는 제대로 된 중국어 이름이 필요하다.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의 김치 독은 쓰촨성의 김치 독을 모방한 것이다. 한국 김치 역시 약 1500년 전 중국의 파오차이가 한국으로 건너가 김치가 된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파오차이는 무•당근 등에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하여 소금물이나 식초, 설탕, 바이주(白酒)를 섞어 만든 물에 담가 만든 것이다. 배추를 주원료로 절임을 한 후 양념과 함께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우리나라 김치와는 제조법이나 형태, 맛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의 짝퉁이라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김치가 중국에서 파오차이로 불리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김치가 애당초 적절한 중문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한국 파오차이’로 중국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파오차이가 중국의 전통 음식이듯, 김치 역시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도 김치의 중국어 이름부터 새롭게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참에 김치의 중문 명칭을 중국식 파오차이가 아닌 ‘금과 옥, 귀하다’라는 뜻의 ‘진치(金琪)’나, ‘금과 복, 즐거움’이라는 뜻의 ‘진치(金祺)’로 바꾸면 어떨까? 앞서 막걸리의 사례에서 보듯이 김치가 중국에서 파오차이의 아류나 짝퉁이 아닌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제대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어 이름부터 새로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 비록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홍창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부관장)
KOTRA 타이베이무역관, 베이징무역관을 거쳐 현재 상하이무역관 부관장(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입사 이후 월간 '중국통상정보' 편집장을 포함하여 '중국시장 중장기진출전략, '중국투자실무가이드' 등의 저서와 다수의 보고서를 저술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중화권지역 조사업무에 매진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식경제부 해외진출기업지원단 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초빙강사 등을 거쳐 현재 이코노미스트 '차이나투데이' 칼럼니스트, 이데일리 '차이나워치'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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