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구 집 슬립오버 후기
상하이에 온지 어느덧 일년 반이 되는 내게 가장 보람차고 의미 있던 일은 바로 아주 좋은 대만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것이다. 그들과의 추억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대만인 로지네에서의 슬립오버였다.
내가 지냈던 로지네는 우리와 수준이 비슷한 중산층으로,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신다. 대부분의 생활이 한국인들과 비슷하지만 그들의 음식문화는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중국음식을 식당에서 사 먹기 때문에 일반중국가정에서의 저녁준비를 볼 기회가 적은데 로지네집에서 함께 저녁준비를 거들며 한국과의 다른 점을 많이 느꼈다.
먼저 로지네는 밑반찬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간단히 반찬을 바로 만들어 먹었다. 또한 부모님이 퇴근길에 식당에서 사온 구운 오리고기, 샹차이 무침, 찐 양고기 등의 반찬을 메인 반찬으로 바로 올렸다. 이는 부엌에서 대부분의 요리를 엄마께서 직접 하시고, 여러 가지 밑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놓는 일반한국 가정과는 상당히 다른 정경이었다. 정겹게 “젓가락으로 바로 집어먹어도 된단다”를 연발하시면서 내 밥그릇에 샹차이를 계속 올려주시던 로지네 할머니 덕에 난 이날을 계기로 샹차이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밥그릇을 손에 받치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자신들과는 달리 혼자 한국식으로 먹는 나를 발견하고는 로지네 가족들은 참 많이 신기해 하며 날 따라 해보기도 했다. 밥을 다 먹고 우리는 모두 모여 마작을 했다. 마작을 처음 해 보는 날 위해 내 옆에서 로지네 어머니께서 나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내 패를 보려던 로지네 오빠 다리를 치시며 내편을 들어주셨던 로지네 어머니께 죄송하게도 난 줄줄이 친구들의 꾐에 넘어가 내 패를 내입으로 실토해 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참 많이 웃고 즐거워하며 그 밤은 저물어 갔다
그날 나와 함께 했던 로지는 지금은 캐나다로, 다른 한 친구는 뉴질랜드로 지리상 뿔뿔이 흩어졌지만 추억은 우리를 묶어놓는 심리적 매개체로 작용하며 우리의 우정을 지속시켜주고 있다.
▷고등부 학생기자 심효정(상해중학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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