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칼럼]
한•중 FTA와 求同存異
중국 외교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에서였다. 회의에 참가한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외교부장의 연설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공통점을 찾아 먼저 합의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남겨둡시다(求同存異). 그러면 역사와 민족이 다르더라도 서로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중국은 회의를 주도했다. 그 후 ‘구동존이’는 중국 협상테이블의 단골 메뉴였다.
중국이 한국에 ‘FTA구애(求愛)’를 하면서 쓴 말도 ‘구동존이’였다. 그 추파에 한국이 응답했고, 양국은 곧 협상에 들어간다. 구동존이, 중국의 셈법은 무엇일까?
지난해 말 이뤄진 대만 취재길. 대만무역진흥공사(TAITRA) 관계자에게 “중-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느냐?”고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협상 중이기에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ECFA가 체결된 게 2010년 6월이었고, 2011년 1월 정식 발효됐다. 그럼에도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조기 수확(early harvest)’에 비밀이 있다. 양측은 협상 타결과 함께 민감하지 않은 약 800개 품목의 관세를 우선 철폐(인하)했다. 그게 바로 ‘FTA열매’였고, 기업들은 조기 수확할 수 있었다. 나머지 분야는 지금도 협상 중이다. 지난해 말 이뤄진 제2차 협상에서는 437개 품목이 추가됐다. 중•아세안FTA(2004년)도 ‘조기 수확’을 거둔 뒤 매년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3년 홍콩과 체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도 지난해 제8차 부속 협상이 이뤄졌다. 일괄타결 방식을 선택한 뉴질랜드와의 FTA협상은 7년째 고착 상태다.
중국은 조기 수확 프로그램을 통해 통 크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다소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국 시장을 열어줬다. 아세안과의 협상에서는 상품 수입액의 40%를 풀기도 했다. ECFA의 ‘조기 수확’ 프로그램은 대만이 5배(금액기준) 이상 유리하도록 설계됐다.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FTA벨트’에 이들 지역을 담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과의 FTA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중FTA는 경제적인 측면 못지않게 정치•안보적 의미가 크다. 어차피 모든 품목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협상은 힘든 구조다. ‘구동존이’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협상 방향은 정해졌다. 우리도 ‘조기 수확’을 먼저 챙기고, 민감한 부분을 뒤로 미루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농수산물 품목을 ‘조기 수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농업부문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동존이’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경직된 사고로는 부드러움을 이길 수 없다. 그들의 ‘구동존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법 역시 유연성일 수밖에 없다.
ⓒ 상하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