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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표의 차이나워치] 글로벌 ‘치킨게임’을 주도하는 중국

[2011-11-23, 17:43:40] 상하이저널
수년간 지속되어 온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지난 수년간 상대방이 먼저 쓰러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원가 이하로 제품을 공급하는 출혈 경쟁을 해왔다. 주요 한두 개 기업만 쓰러져도 반도체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고 주도권도 쥘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사활을 걸고 막판까지 경쟁을 벌여왔던 일본과 대만기업들이 드디어 한계 상황에 봉착하면서 치킨게임의 승자는 한국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LCD, LED,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제2, 제3의 치킨게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주도하는 주인공은 바로 중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CD.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LCD 수요확대를 예상하고 2000년대 중반이후 앞 다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과감한 설비투자에 이은 생산량 확대는 수요가 뒷받침될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은 부메랑이 되어 기업을 옥죄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이지만 중국기업들은 감산은커녕 더욱 과감한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8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한 BOE에 이어 주요 TV업체인 TCL 자회사 CSOT 역시 내년 초 8세대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내년에 BOE 1100만대, CSOT 1000만대 등 총 2200만대에 달하는 생산능력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물량은 올해 전 세계 생산량 2억2300만 대의 10%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들이 적자를 보면서도 시장상황과 엇갈린 투자를 하는 이유는 중국이라는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 초 중국 투자 허가를 받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고민은 깊어간다. 중국투자를 실행한다면 가뜩이나 바닥세인 LCD 가격이 더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LED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최근 중국정부가 AMOLED를 비롯한 LED 산업 육성을 위해 퍼붓기식 지원정책을 결정하면서 중국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생산설비 구매에 나서고 있다. LED TV와 LED 조명 시장수요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중국의 LED 생산 인프라 확대가 마무리되면 낮은 가격에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을 중국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 태양광과 풍력발전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중국의 영향력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 가장 큰 수요처인 유럽이 최근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전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나 중국기업들은 오히려 저가 물량공세를 확대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에버그린솔라, 스펙트라솔라 등 문을 닫는 외국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쟁 심화로 퇴출되는 기업이 발생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질서는 살아남은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치킨게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TV, 휴대폰, 조선, 석유화학 등 우리의 주력산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보다 더한 물량공세와 공격적 가격전략으로 경쟁자들을 고사시키겠다는 태세다. ‘엄동설한’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가진 기업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체력강화를 위해 필요한 영양제는 바로 기술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만이 향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중국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홍창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부관장)
KOTRA 타이베이무역관, 베이징무역관을 거쳐 현재 상하이무역관 부관장(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입사 이후 월간 '중국통상정보' 편집장을 포함하여 '중국시장 중장기진출전략, '중국투자실무가이드' 등의 저서와 다수의 보고서를 저술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중화권지역 조사업무에 매진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식경제부 해외진출기업지원단 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초빙강사 등을 거쳐 현재 이코노미스트 '차이나투데이' 칼럼니스트, 이데일리 '차이나워치'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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