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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海 길을 나서다-② 新华路

[2011-10-28, 23:16:35] 상하이저널
#street 2
새침하지만 수줍은 상하이 아가씨 같은 거리, 新华路
 
 
신화루는 언뜻 보면 별 거 없는 평범한 거리 같지만 플라타나스 가로수 사이에 숨어있는 이국적인 건물이 매력적인 도도하고 새침한 겉모습에 숨겨진 수줍은 마음을 가진 상하이의 규수 같은 느낌이 드는 거리다. 그리고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건물과 대조적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때문인지 마이너 느낌이 강한 거리다.

1920년대 이름도 없는 상하이 조계지 끝자락에 있는 논밭 가득한 교외 지역이었던 신화루는 조계지의 비싼 집값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피해 이곳으로 눈을 돌린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1925년 이곳에 있던 사찰의 이름을 따서 안화쓰루(安华寺路) 불리다가 1965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당시 있었던 사찰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2.2킬로에 불과한 짧은 거리에는 상하이 우수 역사 건축물로 지정된 수십동의 건물이 남아있어 지난날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화려하지도 눈을 확 잡아끄는 아름다움은 적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고, 걷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리. 플라타너스가 푸른 여름도 좋지만, 낙엽이 지고 가을이 깊어지는 이 맘때 신화루는 가장 아름답다.

▷박지민(번역가, 여행가 jamani@hanmail.net)

*상하이잉청(上海影城) 160号
지하철에서 내려 신화루로 걸어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상하이잉청(上海影城). 이곳은 1930년대 Columbia Riding이라는 승마학교가 있던 곳이다. 논밭을 갈던 상하이 농민들 사이로 우아한 승마복을 입은 외국인들은 말을 타고, 카이쉔루, 홍차오루를 지나 현재의 상하이 동물원 자리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달렸다고 한다.


*179号 
1925년에 지어진 독일식 주택. 현재는 상하이와이탄화위안(上海外滩花园)호텔.
 
*200号
보기에는 새로 지은 건물 같지만 1930년대 지었다. 중국 궁전을 본딴 형식으로, 일제시대에는 매국노가 살았다가 해방 된 후 군부대 병원으로 이용. 중국 성립 후 이곳에서 중국최고 사전인 <한화대사전>이 편찬됐다.


*신화비에수(新华别墅) 211弄~329弄
신화루를 대표하는 별장촌으로 당시 상하이 최고의 인기 건축가였던 헝가리인 우덱(L•E•Hudec)–우캉따러우, 국제호텔 등 상하이에만 140여채의 건물을 지었다 – 이 스페인,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다양한 풍으로 지은 빌라 47동이 있다. U자 형의 길에 들어선 47채의 빌라는 모두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엄청난 부자들만 살았겠지만 원 주인인 외국인들이 다 떠나고 나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나라 것이 되었다. 그래서 한 집에 많게는 수십가구가 살고 있거나 회사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조용해 천천히 걷기에 좋다. 문이 굳게 닫힌 집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열린 틈으로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도 있다.
 
-211弄 1号
스페인풍 건물로 당시 미국 컬럼비아 음반회사 사장이 살았고, 그가 돌아가자 상하이민족악단이 빌려서 사용했다. 현재는 한 회사에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을 수리하는 데만 800만위안(한화14억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329弄 32乙
1930년대 스웨덴 영사관이었다. 붉은색 건물에 담쟁이 덩쿨도 인상적이지만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노부부 할아버지가 장식해놓은 조롱박이 재밌다. 중국성립 후 수십가구가 함께 살았지만 현재는 노부부 단 둘이 산다. 정부에서 새로 개보수에서 사용하기 위해 조만간 이 부부도 이곳을 떠날 것이라 한다. 1991년 당시 스웨덴 영사 후손이 이곳에 다녀갔다고 한다.

-329弄 34号
동그란 2층 건물 때문에 일명 ‘케이크주택’ 이라 불린다. 상하이 통지(同济)대학 총장이자 민주인사 저우쥔스(周均时)선생이 살았던 곳. 현재는 역시 국가 소유.

-329弄 17号
3대째 살고 있는 개인 소유 주택. 우연히 만난 이 집 주인이 집 차양 디자인을 묻길래 프릴없는 자주색으로 결정해주었다. 어쩌면 다음에 가면 낡은 차양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밖에 10,12,14,16호 집도 모두 우수역사 건축으로 선정된 곳이다.

*메이촨비에수(梅川别墅) 593弄
신화비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박한 빌라촌으로 1935년에 지어졌다. 중국인 건축가가 지은 20동의 이 빌라는 집집마다 신식설비를 갖추고 있고 마당에 우물과 작은 시내가 흐르고 봄이면 매화가 가득 핀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지금은 한채에 수 가구 함께 살고 있고, 벽보판에 붙어있는 각종 공고나 늘어져있는 살림살이들이 정겹다.

 메이추안비에수
메이추안비에수
 
 메이추안비에수
메이추안비에수
 
 메이추안비에수
메이추안비에수
 
*레스토랑과 카페
-五观堂(349号)
꽤 유명한 채식 식당으로 튀기거나 볶은 음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중국 음식으로는 드물게 msg를 첨가하지 않는 다고 한다. 야채를 넣어 만든 유부주머니 5개가 나오는 우푸따이(五福袋), 통감자구이와 비법 무우짠지가 인기메뉴. 많이 먹어도 속이 거북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1인 50~60위안. 바로 옆에는 이 집 주인이 경영하는 훠궈집이 있다. 부페형태로 1인 88위안.
 
 
 
-Cotton's(294号)
정원과 이국적인 건물의 바, 카페. 저녁에는 자주 파티가 열러 조용한 신화루의 밤을 활기있게 만든다. 평일에는 저녁에만 영업하지만 주말에는 낮에도 커피와 햄버거 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마르코폴로 카페, 빵집(208号)
비교적 저렴한 커피(18위안)에 길가에 위치해 있다. 분위기는 평범하지만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서 신화루를 바라보며 책읽고 생각하기 좋다.

-헬로키티 스튜디오(483号)
상하이 엄마들이나 예비부부에게 꽤 유명한 곳인데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어린이 사진 최소 1500위안 이상.

*가는 방법
지하철 10호선 교통대학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궁금해요!
화위안양팡(花园洋房)이란?
화위안양팡(花园洋房,화원양)이라 불리는 정원이 딸린 서양식 건물은 19세기 중기에 상하이 조계지가 생기면서 외국인들과 극소수 중국 상류층을 위해 서양식 건축형식에 신 기술, 신식 건축자재를 써서 지은 고급 주택으로 지금의 정원이 딸린 독채 빌라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푸졘성, 광둥성 일대 상류계층에도 이런 집들이 유행했다. 문화적으로 생소한 동양땅에서 자신들이 누려왔던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고국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것을 찾는 그들에게 이런 주택은 최고의 선택이었고, 가격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조계지는 이런 집을 필두로 서양식 문화가 생겨났고, 그들이 떠난 뒤에도 상류층 중국인들이 그대로 그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계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태어난 화위안양팡은 서양문화, 생활방식과 중국 문화가 만나서 태어난 산물인 동시에 시류를 잘 읽은 부동산 업자들이 탄생 시킨 경제적 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조계지였다는 역사적으로는 굴욕적인 사건으로 태어난 것들 – 화위안양팡과 플라타너스 – 은 이제 상하이를 낭만적이고 이국적으로 만들어주는 대표적 아이콘이 되어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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