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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버지와의 여행

[2011-09-16, 23:38:19] 상하이저널
푸둥 공항 입국장에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은 참으로, 하얀 흰머리 만큼이나 힘없어 보였다. 어리둥절해 하시는 모습에 지친기력마저 엿보였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오시는라 다리에 벌써 힘이 빠지신 듯 동행한 내 친구가 아버지 팔을 건네주며, 오랜만의 회포를 풀어보란다. 손을 잡고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앉아 얘기 보따리를 풀려고 했건만 웬일인지 서먹서먹하기만 할뿐 아침부터 아버지와 동행한 친구와 그의 동생만큼 살갑게 대해지지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난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이고 피붙이인데, 걔네들은 그냥 아버지를 가까이서 잘 돌봐보고 챙겨주는 이들일 뿐인데…. 이때부터 내 맘은 이상하게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넷이 이렇게 팀을 이루어, 장가계로 여행을 떠났다. 엄마가 살아생전 가보고 싶어하던 곳이라, 건강만 하셨더라면 얼마든지 오실 수 있는 곳이었는데, 끝내 이 딸이 엄마에게 불효한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난 이미 6년 전에 이곳을 다녀간터라(물론, 또 봐도 멋진 장관이었지만) 중국의 멋진 산새에, 동행한 셋의 연달은 감탄사가 좋게만 들리진 않고 있었다. “아~아~! 멋지구나! 사람들 말이 맞네. 정말이지 내 살아생전에 이렇게 멋진 경치는 처음 본다. 내가 우리나라 좋다는 절과 산은 다 돌아봤는데, 이렇듯 바위산이, 이렇게나 많이, 마치 병풍처럼 웅장하게 솟아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구나!” 또한 원가계를 우리나라와 합작해서 개발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한편으론 뿌듯해하기도 하면서 우리들의 여행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내 친구는 키가 170이 넘는데도 연달은 케이블카며, 백룡 엘리베이터 속에서 겁먹은 표정으로,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친구의 손을 꽉 잡아주며, 연신 위로해주고 있었고, 난 어째 키도 작고 덩치도 적은 것이 겁도 없는 건가? 아버지한테 어리광도 못 부리고 이건, 주객이 전도된 듯한…. 아버지가 딸은 챙기지도 않고, 걔만 챙기고 있는 게 아닌가. 살며시 또 맘이 상하고 심술도 나기 시작했다. 그 후론 사소한 일로 아버지랑 다툼이 일어났다. 가이드가 중국사람이라 스스로 의사소통이며, 하고자 하는 질문을 하지 못하자, 아버진 나름 짜증을 내시고, 난 나대로 그냥 눈으로 보고 즐기면 되지,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냐고 심술을 부리고, 끼니때만 되면, 중국음식에 익숙지 못한 내 친구에게 신경쓰라고 한 말씀(?)하시고.. 이렇듯 나와 아버지의 관계는 묘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만 챙겨주지 않고, 오직 나만을 바라봐주지 않는다는 어리광에서, 나 혼자서만 아버지를 단독 소유하려는 맘에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었던 것. 멀리 떨어져 사는 나로서는 이성적으로는, 아버질 가까이서 잘 돌봐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친구가 너무나 고마운 존재인데, 그러나, 한 공간, 같은 시간에서의 이 친구는 아버지에 대한 나의 감정적인 경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 번 여행은 걔네들한테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는 나의 치밀한 무언의 압력(?)이기도 한 것인데. 어째, 내 공이 물거품이 될듯하여 마음 한 켠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러나 우리들은 즐겁게 포즈를 지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놓칠세라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웃고 있었다. 확실히 여행이라는 게 피곤하면서도 또 다른 친밀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제는 아버지는 한국에서 난 이곳 상해에서 서로의 일상의 삶을 누리고 있다. 정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리고 사실상,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또 난 남겨진 사진들을 보며 얼마 전의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아버지 옆에서 치졸할 수 밖에 없었던 나 자신을 너무나 부끄러워하면서.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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