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부터 13일까지 사천성 서창시 면녕현 혜안 강복촌(四川省西昌市冕宁县惠安康复村)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상해한인성당 주임신부님과 학부모, 학생 등 봉사단 26명이 강복촌 양광초등학교의 보수공사와 마을사람들과의 친교를 위해 떠났다. 학교 보수공사에 필요한 도구와 교통비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3월부터 성금을 모금하고, 부활달걀 판매와 일일 찻집을 열었다.
사천으로 떠나는 첫날 8일 새벽 6시 반, 모두 푸동공항에 집결했다. 태풍 무이파가 온다는 소식에 걱정도 되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약 3시간만에 안전하게 성도(成都)에 도착했다. 다시 10시간동안 밤기차로 서창(西昌)에 도착, 또다시 한 시간 정도 가파른 산을 탔다.
우리들의 목적지 강복촌은 나환자들이 사는 곳으로 해발 3000미터의 조용한 산간마을이다. 이곳에는 나환자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과 나이 들어 갈 곳 없는 나환우들이 세분의 수녀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마을입구에 도착하자 나환우 어르신 분들이 정말 환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를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마음속까지 환해지고 피로가 싹 씻기는 기분이었다.
봉사단장님께서 나환우 분들은 악수를 하는걸 제일 좋아하신다고 하여 한 분 한 분 손을 잡아드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손을 잡아드릴 때 너무 좋아하시기도 하고 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셨다. 악수할 때 그분들 손이 물에 젖어있는걸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와 악수를 하기 위해서 손을 씻은 거라는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감동도 받고 또 충격도 받았다.
마을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학교 보수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페인트 칠을 하기 전, 벽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사포로 벽을 문질렀다. 문지르는 것도 문지르는 것이었지만, 먼지가 너무 많아 힘들었다. 이튿날, 기본적인 사포질을 끝내고 페인트 칠을 시작하였다.
처음엔 페인트칠이 더 쉬워 보였지만, 관건은 천장이나 높은 벽을 칠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높은벽 뿐만 아니라 학교 대문부터 교실 창틀 틈새 세세한 곳까지 페인트칠을 했다. 교실 안에서 작업을 할 때는 독한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단 한 명도 불평불만 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격려하며, 혹여 아이들이 바뀐 학교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다.
나를 비롯한 몇 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발탁 되어 수업준비도 병행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경계심이 많아 자꾸 도망가기만 해서 애를 먹었지만, 조심스레 그림도 같이 그리고 게임도 같이하면서 아이들이 우리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학교보수공사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공연연습을 하니 3일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고, 드디어 우리가 지난 4개월 동안 준비했던 공연을 선보이는 날이 다가왔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기 위해 열심히 공연을 하였고 특히 동요 ‘올챙이’를 중국어로 번역해 아이들과 함께 춤과 노래를 선보였는데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고 우리도 그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공연이 끝난 후 중국수녀님들께서 우리 손을 꼭 잡아주시며 이렇게 자기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처음이라고 했을 땐 마음이 울컥했다.
마지막 날 공사 마무리를 짓고, 깨끗하게 바뀐 학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개학을 하면 이 곳에서 공부할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첫날에 우리가 어르신 들의 손을 잡아드렸던 것처럼 어르신들이 정말 고맙고 복 많이 받으라며 먼저 우리의 손을 꼭 잡아주시니 다들 마음이 너무 뭉클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일 동안 26명의 사람들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 ‘행복’이라는 퍼즐을 맞춘 것 같다. 우리가 준 것 보다는 받은 것이 휠씬 더 많았던 시간.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면 누군가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우리도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등부학생기자 정재현(신홍차오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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