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상하이 살인물가에 한숨
5년전 식품값 보니 '격세지감'
최근 중국 물가가 연일 이슈다. 택시비 인상에 이어 돼지고기값이 폭등했다. 이와 함께 6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4% 급등,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교민들의 상하이 생활도 고단해지고 있다. 가계부를 쓰는 주부라면 상하이 살인물가를 몸소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매달 삼겹살 파티를 빼놓지 않는 밝음이네, 발품을 팔아 지우싱(九星) 시장에서 구입해 온 삼겹살 값이 지난달 13.5위엔(500g)에서 이번주 16위엔으로 한 달새 2.5위엔이 올랐다. 동네 시장에 가보니 17.5위엔이란다. 19위엔 하는 시장도 있다. 상추, 시금치, 당근, 달걀, 과일값도 꽤 올랐다. 채소값도 10% 이상 뛰었다. 한층 가벼워진 장바구니를 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지만 100위엔짜리 몇 장이 금새 사라졌다. 삼겹살 값에 놀라 작년 가계부를 들춰보니 삼겹살 한 근에 8위엔. 1년만에 2배로 껑충 뛴 삼겹살을 확인한 밝음이네는 당분간 삼겹살파티도 자중해야 하는 분위기다.
밝음엄마 박혜정 씨는 “생활물가에서 이미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는 있지만, 시장을 다녀올 때면 더욱 위축된다. 치솟는 상하이 물가로 가족들의 행복한 삼겹살 파티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우울해진다”는 것.
장쑤성과 저장성 일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S급식업체, 치솟는 식품값 상승에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임금인상, 사회보험법 등으로 한국기업들도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여기에 직원식당 단가 인상까지 요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당시 물가를 감안해 계약을 하지만 올해 물가상승률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 실제 올 초 각 기관들의 중국 경제전망 수치에서도 CPI 상승률을 3~4%대로 내다봤다. 그러나 1분기 5% 상승에 이어 4월 5.3%, 5월 5.5% 지난달에는 6.4%를 기록, 상반기 5.3% 상승률을 전망하고 있다.
중국 물가상승은 S급식업체의 5년 전 가격을 봐도 알 수 있다. 대량구매로 소비자가보다 낮게 구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 채소값이 100% 이상 상승했다. 국내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하락한 브로콜리를 제외하고는 배추, 부추, 토마토 등은 200~300%까지 올랐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미곡가격도 만만찮다. 모두 50%이상 상승했다. 육류 역시 마찬가지다. 돼지고기와 비슷했던 소고기가 눈에 띄게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인들의 생필품인 식용유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조만간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년 전 식품가격을 들여다보니, 당시 식품물가가 짐작된다. 주머니에 100위엔만 넣고 시장에 가도 여름 제철 과일이며 각종 채소 등을 가득 구입할 수 있었다. 배추, 감자. 토마토 등 한 근에 1위엔 미만짜리 채소들도 넘쳐났다. 이제는 1위엔으로는 콩나물 한 근도 살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정부의 노력으로 고삐풀린 돼지고기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 발전과 함께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물가에 교민들의 라이프스타일도 현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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