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물이 집 앞마당의 나무 위에 매달려 있고 햇빛이 따스한 날에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웃들이 있는 창러춘 (长乐村)은 상하이 시내의 다른 골목과 다를 바 없다. 집 앞의 작은 표지판을 제외하면 이 건물이 중국에서 가장 재능 있는 인물의 집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하나 없다. 2005년도에 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역사적인 건물로 분류된 이 집은 중국의 선구적인 화가, 수필가, 그리고 번역가이자 음악과 미술 교육자였던 펑쯔카이 (丰子恺)가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21년을 보냈던 곳이다.
그는 1898년 11월 9일에 저장(浙江)성의 통샹(桐乡)현에서 태어나 저장성 항저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뛰어난 예술가이자 미술 선생님이었던 리수퉁(李叔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졸업 후 일본을 유학을 떠난 그는 1922년도에 귀국, 상하이와 중칭(重庆)에서 미술과 음악을 가르쳤다. 펑쯔카이는 미술과 음악 선생님 이외에도 상하이의 카이밍 (开明) 출판사의 편집자로도 일하였는데 이때 그의 그림, 만화, 미술 비평과 수필이 출판되기 시작되었다. 세밀하고 섬세한 그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강한 사회적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수필과 만화는 현재까지도 중국의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펑쯔카이는 1954년에 상하이에 정착하면서 이 집을 샀었는데 문화혁명 기간 동안 1층은 정부에 의해 점령되었다가 1975년에 그가 죽은 뒤로 가족들은 서서히 집에서 나가게 되었다. 그러다 2008년에야 펑쯔카이의 후손이 2층과 3층의 사용을 허가 받았다.
현재 1층은 여전히 다른 가족이 살고 있으나, 2층으로 올라가면 좁은 공간임에도 그의 작품 등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작은 상점도 있는데, 그곳에서는 펑쯔카이가 아이들을 위해 그렸던 그림책과 그의 수필뿐만 아니라 책갈피와 컵 등 소소한 기념품들도 구매할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그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의 어릴 때 모습부터 상하이에 거주할 때의 모습까지 다 볼 수 있다.
벽에 전시된 많은 사진 중에는 안내를 해주셨던 친절한 옆집 아주머니가 어릴 때 펑쯔카이와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다른 방에는 세계 각국에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취를 남긴 게시판이 있다.
어떠한 정보도 없이 간 탓에 개장시간이 아닌 때에 갔지만, 문 앞에 적힌 전화번호에 전화하자 친절한 옆집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주시고 안내까지 해주셔서 중국 현대 만화 예술의 창시자로 간주하는 펑쯔카이가 어떤 위대한 인물인지 배우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주소: 陕西南路39弄93号
▶개장시간: 화, 목, 토, 일 10시~16시30분
▷고등부 학생기자 강신해(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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