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이 아닌 낯선 타지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선배들이 적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학업 및 취업에 관한 정보 교류에도 원활하지 않아 많은 유학생들이 자신의 목표 수립부터 그 목표를 위한 준비과정 등에서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어중문과 졸업, 청화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이수 후 현재 북경연합대학 여유학원(관광학부)에서 외국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혜선교수가 이런 유학생들의 의미있고 보람찬 유학생활을 위해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Q: 중국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현재 하고 있는 일은A: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여성신문을 비롯한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2년 마지막 직장인 웅진출판을 그만두었다. 그 후 2002년 말 동아일보 출판사에서 <현명한 부모는 자녀를 중국으로 보낸다>라는 유학 안내서를 출판을 하게 되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내 아이조차 중국으로 보내지 않고 남의 아이에 대해 보내라 마라’고 하는 게 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와 함께 중국 체류를 결심했다. 중국 체류 기간동안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과정 때에 쓴 논문인 <중국청소년의 한국대중음악 수용에 관한 연구>를 살려 청화대 박사과정에 도전해 박사과정 준비를 거쳐 그 해 9월 청화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전공은 영상커뮤니케뮤니케이션으로 4년 반 만인 2008년 1월에 졸업 후 3년 반째 북경연합대학 여유학원(관광학부) 에서 한국의 문화와 관광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Q: 중국의 유학생들은 한국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선배들이 적어 전례를 찾기 힘들고 그나마 있는 선배들과의 교류 또한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많은 유학생들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내 꿈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학생들이 자신의 목표 수립을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을까A: 중국에 유학 온 학생들은 중국에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학생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구체화하려면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앞선 선배들과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속한 고려대학교 북경교우회에서는 북경에 교환 혹은 파견학생으로 나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이러한 예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관련 분야 종사자를 ‘용기있게’ 찾아 조언을 구하거나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좋다. 청화대 국제처에 문의한 바로는 외국학생들도 학교에 마련된 다양한 교환학생프로그램 대상이 되는데, 의외로 신청하고 자격요건을 만족하는 학생이 적다고 했다. 많은 유학생들이 유학생이라는 신분에 위축되지 말고 학교의 장학금프로그램, 교환학생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관정장학, 중국정부장학금을 비롯해서 중국대학과 외국대학간 1:1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학점교환 써머스쿨, AIESEC같은 학생봉사활동, 한국대학과 중국대학이 연계해서 하는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 현재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도 스스로 여러 곳을 찾아 알아본 후에 얻어진 결과이다. 중국에 있다고 중국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직접 찾아다녀야 보람찬 유학생활을 보낼 수 있음은 물론 진정한 ‘중국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서의 취업 중 어떤 곳이 좋을지 고민을 하게 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과 중국 취업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는가A: 한국에서의 취업과 중국에서의 취업의 장단점은 개인성향과 당시 조건이 관련이 있다. 허나 최근 객관적 조건만보면 중국취업이 유리한 것 같다. PD저널에서 취재를 하다가 알게 된 전재연씨(북경대 광화관리학원, 05학번)의 경우 현재 GE Korea 조명사업부에 근무하지만 그 회사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공부했던 게 훨씬 유리하게 작용한 케이스이다.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동기인 이정하씨 역시 싱가폴 도이치은행에 근무하는데 주변 동료들과 상대하는 고객이 대개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범 중국권 취업이라 볼 수 있다. 그 밖에 한국 학생들이 중국에서 공부한 후 공상은행, 중국은행, 민생은행 등 중국계은행에 취업한 경우도 적지 않은데 다들 자신이 공부한 내용과 공부하면서 맺었던 관계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 취업은 한국 혹은 중국이라는 지역보다는 가능하면 범 중국권 영역. 즉 중국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그만큼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Q: 상하이에는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있어서 한국 유학생들이 중국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국 유학생들의 인간관계와 중국인과의 적은 교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A: 나 역시 유학생시절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에 유학생활에서 중국학생들과 어울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유학생들이 언어와 감정 소통이 가능한 한국인과 좀 더 자주 어울리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곳 중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시 없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중국친구들과 많은 교류를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것이다. 중국친구와 어울리는 일은 우선 정말 마음에 맞는 친구 한 친구만 잘 사귀어도 그 친구를 통해 두루두루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딱 한 명이라도 친한 친구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없으면 지금이라도 잘 찾아 많은 교류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Q: 대학 생활동안 꼭 해야 할 일 3가지는A: 어느 사람은 장난스레, 대학생활 중 꼭 해봐야 할 것으로 ‘연애하기’, ‘F학점 맞기’ 등을 나열하는데 나는 그렇게 용기 있는 조언은 못하겠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다.
첫째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 대학시절만큼 권리보다 의무가 절대적인 시기도 없다. 대학생으로서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시기에 또 다른 나라, 다른 공간에서 공부하고 생활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자비가 아니라 중국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일석이조일 것이다.
둘째는 자기만이 할 수 있는 특기를 살리는 것이다. 중국에 유학을 했으면 누구나 잘하는 중국어, 그런데 그 중국어라 하더라도 남보다 훨씬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그것은 특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때 중국친구들과 어울려 쓴 중국어는 중국의 그 또래 남학생들이 쓰는 다소 거친 표현이 녹아있을 것이다. 만약에 중국아나운서를 초빙해서 고급스러운 중국어 표현, 어기 등을 익히거나, 아나운서시험 전에 치르는 중국어구사능력시험에 응시해서 자격증을 딴다면 이는 그냥 중국어를 구사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특기가 될 수 있다. 같은 중국어 하나도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데 꼭 중국어가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유학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른 나만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셋째는 전공과 상관이 없더라도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듣는 것이다. 청화대 교문에 보면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는 교훈이 크게 새겨져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일반적으로 말만 뿐인 교훈과 달리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게, 오래 남는 문구인 것 같다. 여기서 나는 후덕재물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데 이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 “덕을 쌓은 후 물질을 꾀한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누구나 알듯이 청화대는 이공계위주의 실용적인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앞서 사람됨, 즉 인간으로서의 자질을 먼저 갖춘 후 과학, 실용을 거론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안타깝게 여겨지는 ‘인문학의 위기’와 반대되는 개념인데 어떤 학문이든 어떤 연구분야이든 역사, 심리, 철학 등의 인문학의 기초하에 이루어야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하다못해 이공계위주의 대학조차 그런 교훈을 새기고 있는 마당이니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인문학 관련 책 혹은 강연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고 꼭 찾아 다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유학생을 위한 조언은A: 매사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미안하지 않을까, 창피하지 않을까, 부끄럽지 않을까……, 물론 때에 따라선 정말 그런 상황에 부딪칠 수 있겠지만 학생의 특권이라면 작은 실수는 얼마든지 용납이 된다. 문을 두드리기 전에는 그 문이 열릴지 안 열릴지 잘 모른다. 그냥 멀리서 처다만 보면서 ‘저 문이 열릴까 안 열릴까, 저 문을 밀까 말까’라고 고민하는 시간에 직접 다가가 한번 두드려보라. 다양한 세상이 그대들을 향해 열릴 것이다.
▷복단대 유학생 기자 홍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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