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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일본 쓰나미를 보고

[2011-04-09, 00:24:47] 상하이저널
사상 최대의 해일 사고

지난 3월 초 일본 역사상 최대의 지진 해일이 있었다. 지진강도가 9.0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지진강도 7과 8의 강도 차이는 10배라고 한다. 8과 9의 차이도 10배니까, 우리가 흔히 큰 지진이라고 하는 지진강도 7과 비교했을 때 약 100배 큰 규모의 지진이 이번에 일어난 것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몇센티미터 옮겨졌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지진에 이은 약 15미터 크기의 해일이 밀려와 일본의 해변가 도시의 마을들을 휩쓸고 지나가는 동영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감을 잊게 만들었다.

과연 저게 정말로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시커먼 바닷물이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장면은 참으로 무서웠다. 내가 알던 바다의 색깔은 한국에서 늘 보던 푸른색이거나 중국에서 보던 누런색뿐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까만색 바다를 보았다. 해일이 밀려오면서 바다밑 바닥과 부유물을 한 번 완전히 뒤집어서 그런 색깔이 난 것이라고 하는데, 과학적 설명은 차치하고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바다가 낭만과 도전의 장소가 아니라 공포스런 괴물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 같다.

수많은 집들과 자동차들이 밀려 들어오는 해일에 거짓말처럼 휩쓸려 떠내려 가다가 서로 뒤엉켜 부서지고 깨지고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해일을 피해 높은 장소로 도망가다가 때가 너무 늦어 떠내려 가는 사람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와 함께 어디론가 떠밀려가는 사람들, 떠내려가는 집의 지붕 위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집과 함께 떠내려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영장류 중 가장 위대하다는 인간과 인간이 이 땅 위에 만들어 낸 건축물 및 창작물들이 대자연 앞에서는 얼마나 미미하고 하찮은 것에 불과한 것인지를 떨리는 온몸으로 느꼈다. 일종의 ‘몸울음’을 운 것이다.

업친데 덮친 격인 원전 사고

지난 일주일 남짓 기간 동안 총명도 맞은 편에 위치한 강소성 난통시 산하 현급 도시인 치동시라는 곳에 출장을 가 있게 되면서 그 동네 사람들로부터 그 동네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1923년 관동 대지진때 해일이 밀려와 치동시 인구 2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농촌에 2층 건물도 없고 사방 수천리가 모두 평야고 해서 어디로 도망갈 데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는 해일에 그냥 그대로 익사를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일본 대지진에 대해서 그 동네 사람들은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집단적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리라.

최근 100년 동안 일본 사람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투하된 원자폭탄 사건이리라. 치동 사람들이 일본 대지진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감정이 홍콩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듯이, 일본 사람들이 원자력(방사능) 관련 사고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감정 및 생각은 세계 그 어느 나라 사람과도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해일로 인하여 일본이 최고의 안전을 자랑하던 후쿠시마 원전이 모두 고장이 나면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기 시작하였다. 방사능 유출이 심각해지면서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고, 채소 및 먹거리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는 상태가 펼쳐진 것이다. 생각해 보라.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데, 없으면 모를까 물도 있고 먹거리도 있는데, 불안해서 아무 것도 못 마시고 못 먹는 심정을. 어린 아기를 가진 산모가 뭘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방사능 피해가 조금이라도 안 가게 할까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방법을 못 찾아 아기를 안고 우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참으로 짠하게 만들었다.

원전 해체 작업에만 수십년이 걸릴 예정이고 철거하는 데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 얼마만큼의 방사능 관련 피해가 계속 발생할 지는 아무도 모르거나 설령 아는 사람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의 담당 분야 관리들도 동경전력이 제대로 정보를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실정이니 일반인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래야 알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지산이 대폭발을 하느니 150년만에 도카이 대지진이 일어난다느니 하는 흉흉한 소문과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다른 원전들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에 따른 공포가 일반 백성들의 정서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더 큰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커진 공포는 합리적인 이성을 마비시킨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보게 된 일본인

지진 해일 및 원전사고가 있고 나서 일주일 여 뒤 한 외신기사의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태 후 일본인들의 대처 모습은 인류의 정신 및 행동이 어디까지 진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서방 언론이 일본 국민들에 대해서 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지방에서 극히 일부 사람들이 일탈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의 일탈은 어느 사회에서나 늘 있게 마련이니 그건 차치하고라도, 이번 일이 발생한 후 일본 국민들이 보여 준 모습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쓰나마보다도 쓰나미 이후의 일본인들의 모습에 더 큰 쇼크를 받은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참을성이 많고 예의가 바르며 위기시에 튀는 행동을 하지 않고 항상 뭉치는 모습을 보이고 한다는 것은 책에서도 많이 읽었고 실제로도 접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줄을 서서 식료품을 받아가면서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왜 이리 나눠 주는게 늦느냐고 나서서 소리지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행여나 앞뒤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것, 자기 앞에서 물건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나눠 줄 물건이 없다고 해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내일을 기약하는 모습, 대피소에서 부모 자식 형제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행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소리 죽여 우는 모습, 등등등…. 인간이 얼마나 교육을 받고 얼마나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고 공동체가 얼마나 발전을 해야 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2005년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미국의 뉴올리안스 시를 휩쓸고 지나갔을 때 벌어진 약탈, 강도, 강간, 무질서, 아비규환의 모습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도 없는 범접하기 어렵운 높은 수준을, 일본 사람들은 깊은 침묵 속에 전세계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설정’없이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런 일본인들을 보면서, 불쌍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많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계기

2010년 초 쓰촨성 청두(成都)를 방문했을 때, 현지 백화점 사장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들은 반농담 반진담의 말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슬픈 일이, 자신은 죽어서 하늘에 갔는데, 돈은 은행에 남아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문천(원촨) 대지진 이후 바뀐 사천성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그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이번 일본 쓰나미를 보면서, 이제 막 반환점을 돌기 시작한 내 인생 삶에 대해서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분들도 한 번 이 글을 읽으면서 고민을 해 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내일 당장 땅이 꺼지고 하늘과 바다가 뒤짚어지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여기에서(just now, just here)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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