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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 칼럼] 부동산 종결자

[2011-03-14, 00:13:43] 상하이저널
중국이 넓은 만큼 중국 부동산시장을 이야기 할 때 ‘중국부동산이 요즘 어떻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70개 대도시를 표본으로 조사해 부동산 동향이나 통계를 뽑아내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알린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의 소비자와 접점에서 부동산 개발 계획의 판을 짜는 사람들이 개발상들인데 이들의 행보는 곧 향후 부동산 시장의 판세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개발상 중에서도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왕스(王石) 회장이 이끄는 완커(万科)이다. 이번 호에서는 왕스 회장을 통해 중국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월급쟁이 CEO

왕스 회장은 1983년 선전 경제특구에서 일본산 촬영장비 등을 수입하는 회사를 창업한다. 그리고 1988년 건설업에 뛰어들면서 주식회사로 전환시킨다. 주식회사를 만들면서 자신의 지분을 무상으로 포기하며 투명성에 바탕을 둔 기업의 수장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때부터 월급쟁이 사장의 일생이 시작된다. 이후 이런 희생 덕분인지 회사는 시장점유율은 부동의 1위가 되었고 20년이 넘게 연매출 30%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1991년에는 선전 증권거래소에 두 번째로 상장한 기업이 됐다.

1997년에는 다른 업종을 모두 매각한 뒤 주택 전문 건설업체를 선언하면서 완커는 과감한 투자와 선진 공법 개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아파트 디자인으로 대도시의 아파트와 빌라 건설 시장을 주도해갔다. 그리고 1998년 돌연 사장직을 내놓고 이사회 회장으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만 관여하고 일상 업무에서는 손을 뗐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부동산시장에서는 ‘그의 얼굴이 완커의 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커의 상징이자 중국 2100개의 부동산개발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매년 그가 생각하는 중국 부동산시장 판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특히 왕스 회장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일화를 소개해 보면 2008년 3월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을 때 완커는 분양가를 최대30%까지 스스로 인하하는 용단을 내린다. 주주들의 반대는 물론이요 동종업계의 반발도 거세었으나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당시 항저우에서 분양하던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인하 전에 미리 분양받은 사람들이 환불을 요청하면서 분양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든 사건이 신문에 대서특필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가 전세계 경제를 위협 할 때 중국도 이 여파에 자유롭지 못했다. 펀드멘탈은 바닥을 찍었고 중국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큰 요동을 쳤다. 특히 심천에서는 반토막 아파트가 등장해 ‘돤궁차오(断供潮/주택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는 것)’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잔여 물량을 팔아버려야 한다는 그의 판단이 적중하자 정부나 업계에서 완커가 옳은 일을 했다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왕스 회장은 경제스타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후 당시의 분양가인하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2007년부터 중국이 거시경제 조정에 들어가서 이자율이 2007년에 5번이나 올랐고, 둘째는 4년째 집값이 무서울 정도로 올랐다는 점, 셋째는 완커가 1988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거품이 빠지면 개발상이 보유한 토지들은 부실채권이 되기 쉽다)

또 하나의 일화는 이듬해인 2009년 4월 완커가 이번에는 분양가 인상의 선봉장이 된 것이다. 이후 다른 개발상들도 부랴부랴 분양가를 인상했고 당시 바오빠(保八)를 위해 부동산 투자 규제완화 정책을 시장에 내놓은 시기와 맞아 떨어져 분양가는 수직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왕스회장의 결정이 꼭 필요 할 때마다 들어맞다 보니 이후 다른 개발상들도 완커의 분양정책을 교과서로 삼는 업체가 늘어나게 되었다.

한 인터뷰에서 왕스회장은 자신이 이런 판단들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탐욕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본인이 주식을 무상으로 포기하고 기업을 이끌어 오면서 이해관계 없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가 한 말 중에 중국 부동산을 싸잡아서 한 덩어리로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간략히 설명하면 중국은 땅이 넓어 북부 남부, 동부, 서부, 중부 등 여러 지역이 있고 그 안에서도 세분된 지역으로 나뉘어 어느 지역은 호황기인 반면 어느 지역은 쇠퇴기, 조정기 등 여러 상황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말 이다.
그의 말이 시대와 잘 맞아 떨어지다 보니 얼마 전에는 중국 부자 서열2인 룽후(龙湖) 부동산의 CEO 우야쥔(吴亚军)이 왕스 회장에게 부동산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는 게 화제가 되었고 이밖에도 북극, 남극을 가고 에레베스트를 오르고 행글라이더를 타는 그의 취미까지 연일 화제 거리다. 왕스의 한마디가 일천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고 있으니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왕스회장도 ‘종결자’ 대열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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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4년간 부동산 회사를 다니던 중 한국에는 ‘자수성가란 말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홀홀단신으로 2002년 상하이에 입성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부동산중개, 분양대행, 컨설팅회사를 설립 지금은 부동산 개발/PM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기업체와 학교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부동산과 관련하여 한국 공중파 3사와 상하이 부동산방송의 인터뷰가 있으며 上海电视台의 시사프로인 ‘深度105’에 출연한바 있다. WeChat: hanguoshushu998
sulsul2002@yahoo.co.kr    [김형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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