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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피어 오르는 설레임으로

[2011-02-27, 00:54:34] 상하이저널
1. 봄이 왔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이었다. 상하이에 9년째 살면서 이렇게 추운 겨울을 맞았던 기억이 없다.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단지내 연못가에 얼음 언 것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춥기만 한 것이 아니라 왜 이리 눈도 자주 오고 습한지 정말 이런 날씨가 조금만 더 지속되었다가는 우울증 걸리는 사람이 다수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의 마음마저 차갑고 움추러들게 만드는, 기억에 정말 오래토록 남을만한 상하이의 겨울이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영원한 것은 없어, 겨울이 지나가면 다시 봄이 온다.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오르고, 딱딱한 나무 등걸 속에 영원히 숨어 있을 것만 같았던 새싹들이 부끄러운듯 조금씩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향해 인사하기 시작한다. 세기공원에는 매화축제 준비가 한창이고 장풍공원에도 곧 꽃축제가 열리리라. 또한 3월이면 온세상에 꽃들이 만발하여 난훼이 도화제와 봉현구 유채꽃 축제가 장관을 이루리라.

하늘을 나는 새들의 움직임도 전보다 훨씬 더 힘차 보이고 아침 등교길의 초등학생들 재잘거리는 소리도 전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출근길의 여성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 보이고 퇴근길의 남성들도 옷기슭에 고개를 파묻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육가취 공원 벤치에서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낮잠을 자는 사람의 얼굴에서는 자못 평화가 묻어 난다.
바야흐로 봄(SPRING)이다!

2. 피어 오르는 설레임으로

나이 이야기를 해서 부끄럽지만, 이제 너무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봄이 오면 늘 가슴속에서 설레임이 피어 오른다. 처음에는 아주 작고 부드럽게, 나중에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크게 강렬하게… 어떤 설레임일까?

우선은 봄이 오면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왠지 봄부터는 큰 비지니스 기회가 생겨서 돈을 좀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기대를 하게 된다. 왠지 일로 만난 사람이 나와 너무 잘 맞아서 평생 함께 할 친구내지는 형님, 동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왠지 한참을 만나지 못했지만 늘 보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하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왠지 강의를 하다가 질문하는 제자의 태도에 필링 꽂혀 평생을 이어갈 사제간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두번째는 봄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형편이 허락하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형편이 허락하지 아니하면 중국내 명승지라도 가족들을 데리고 놀러가고 싶어진다. 리장의 만년설 옥룡설산이 내려 비치는 호숫가 주변에 복숭아꽃 유채꽃이 만발한 초원 위에서 말을 타고 질주하던 기억은 늘 내 기억 속에 로망으로 남아 있다. 봄이 오면 친구들과 함께 홍콩 마카오라도 놀러 가서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도 진다. 여유만 된다면 직원들과 함께 꽃들이 만발한 곳으로 야유회라고 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봄이 오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진다.
“YOU MAKE ME WANT BE A BETTER PERSON” 당신은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하게 만들어 주어요~. 참 아름다운 말이다. 여기서 YOU가 특정한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봄이라는 계절이기도 하다. 작년보다는 더 좋은 쪽으로 변화된 내가 되고 싶다. 생각은 더 젊고 유연해 졌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도전해 보지 않았던 분야도 도전해 보고 싶다. 봄부터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쳐 보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 봄부터는 아주 간단하지만 제대로 써 먹을 수 있는 춤이라도 배워 보고 싶다. 봄부터는 무엇이라도 좀 달라지고 싶다.

봄, 그 피어오르는 설레임, 설레임, 설레임…. 바야흐로 내가 봄바람이 나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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